작은 상자 속 세계, 韓 작가들이 독일에서 전하는 시간과 감각의 메시지
[arte] 변현주의 Why Berlin
예술을 담는 틀을 실험하며 메시지를 전하는
《UNBOXING PROJECT: Message》
25년 4월 12일까지
베를린 중심에서 열리는
대표적 한국 작가 22인의 그룹전
예술을 담는 틀을 실험하며 메시지를 전하는
《UNBOXING PROJECT: Message》
25년 4월 12일까지
베를린 중심에서 열리는
대표적 한국 작가 22인의 그룹전
이번 전시의 공동 기획자로서 전시의 다층적 의미를 보다 분명하게 전달하고자 세 가지 큐레토리얼적 접근을 중심으로 전시를 소개하려 한다.
<UNBOXING PROJECT>는 2022년 시작된 이후 스펙터클한 대규모 작품이 주는 감탄 대신, 가까이 다가가야 보이는 작은 작품의 감동을 관객과 공유하는 데 주목해왔다. 이 프로젝트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작은 박스에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제작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관객이 세밀한 시각적·감각적 탐색을 즐기며 친밀한 감성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전시는 작은 작품도 독립적인 예술적 서사를 구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작품을 보관하는 상자는 공압우편에서 영감을 받아 원통형 케이스로 제작되었고, 그 안에 담기는 두루마리 족자가 이동하고 펼쳐지는 방식으로 예술적 메시지의 전달 과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더 나아가 전시에 사용된 동일한 틀은 참여작가들의 서로 다른 독창적 예술 세계를 더욱 두드러지게 보이는 장치로서 기능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원로작가 민정기, 성능경을 비롯해 안규철, 도윤희, 이슬기, 함경아 등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중견작가들과 함께 김지영, 문성식, 박광수, 박그림, 박예림, 마이아 루스 리, 유예림, 이은실, 장종완, 최윤희 등 젊은 세대 작가까지 포함한 총 22명이 전시에 초대됐다. 그 결과 제작된 신작 22점은 참여작가들의 다양한 시각과 예술 세계를 응축해 담아내고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적 소통을 재현한다.
김수영은 구 정동 MBC 방송국과 베를린의 전화국 건물의 외연, 불분명한 시간대의 하늘 이미지를 결합해 재현과 기하학,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각적 메시지를 구성하고, 민정기는 안견의 <몽유도원도>(1447)에서 영감을 받아 과거와 현재의 풍경을 하나의 화면에 중첩해 특유의 공시적 시각을 구축한다. 이슬기는 전신국이라는 역사적 공간과 공명하며 1799년 공압우편을 개발한 엔지니어 윌리엄 머독(William Murdoch)과 시대를 초월해 나눈 대화를 화면에 담았다.
더불어 이번 전시는 단순히 ‘한국성’을 강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예술의 틀과 체계에 대한 실험적 기획을 통해 해외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업이 소개되는 방식을 탐색한다. 이처럼 한국 미술이 국적이나 정체성을 넘어 다양한 맥락에서 국제적으로 재조명될 수 있음을 제안하며 앞으로도 이러한 실험적 시도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변현주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