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색한 귀족에게서 약혼녀를 지키려는 피가로
계급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노골적으로 담아내
3대 오페라 중 하나로, 대본가 다 폰테와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이 만든 기념비적인 명작
<피가로의 결혼>은 모차르트와 대본가 다 폰테가 합작한, 이른바 ‘3대 오페라’ 가운데서도 가장 발랄하고 밝은 분위기로 유명하다. 호색한 귀족 알마비바 백작의 끈적거리는 손길에서 약혼녀 수잔나를 지키려는 피가로의 재치와 노력은 궁극에 이르러 남녀 간의 진정한 사랑에 대한 물음으로 발전한다.
프랑스의 작가 피에르 보마르셰가 쓴 원작 희곡은 사실 문제작이었다. 계급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귀족들에 대한 신랄한 야유와 풍자를 노골적으로 담아내 발표 직후부터 상연 금지 처분이 내려졌다. 모차르트가 몸담고 있던 오스트리아 궁정 내에서도 이 작품의 위험성이 거론되었다. 그러나 모차르트는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황제를 이렇게 설득했다고 한다. ‘청춘 남녀가 아슬아슬한 줄타기 끝에 사랑을 이루는 내용입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가 될까요?’
오페라의 무대는 17세기 스페인의 세비야. 알마비바 백작 집안의 하인 피가로와 하녀 수잔나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바람둥이인 백작은 엉뚱하게도 영지 내의 신부가 결혼하면 영주가 결혼 첫날밤을 신부와 함께 보낼 수 있다는 중세 시대의 ‘초야권(初夜權)’을 주장하려 한다. 한편, 백작부인은 남편의 마음이 자신에게서 떠난 것을 알고 수심에 잠겨 있다. 피가로와 수잔나 커플이 백작부인과 연합해 백작의 음모를 수포로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온갖 소동들이 이 오페라의 주요 내용이 된다.
알마비바 백작이 하녀 수잔나를 유혹하는 장면 / 출처. 위키피디아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음악을 쓴 것으로 유명한 모차르트지만 특히나 <피가로의 결혼> 속에는 명 선율과 아리아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한다. 피가로가 시동 케루비노를 전송하며 부르는 코믹한 아리아 ‘이제는 날지 못하리’에서부터, 2막에 등장하는 케루비노의 사랑 고백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는가’, 백작부인의 우아한 아리아 ‘사랑이여, 위로를 주소서’와 ‘아름다운 그 시절은 어디로 가버렸나’ 등은 모차르트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아름다운 선율로 손꼽힌다.
수잔나의 의자에 숨은 시종 케루비노(왼쪽) 삽화 / 출처. 위키피디아
<피가로의 결혼>을 지금처럼 유명하게 만든 계기는 뭐니 해도 영화 ‘쇼생크 탈출’일 것이다. 살인죄의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앤드루(팀 로빈스)는 거칠고 엄혹한 분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는 교도소 도서관에서 낡은 LP 음반을 발견하고는 턴테이블과 마이크에 이를 연결해 레코드를 튼다. 그 순간, 모차르트의 음악은 마치 한 줄기 투명한 빛처럼 날아올라 수감된 모든 이들의 영혼을 매혹 시킨다.
모건 프리먼이 분한 엘리스는 이렇게 말한다. “저 노래를 부른 이탈리아 여인들이 누군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그때 쇼생크의 우리는 모두 형언할 수 없는 자유를 느꼈다.” 절망으로 가득 찬 차가운 감옥의 높다란 벽마저 허물었던 그 음악은 3막에서 백작부인과 수잔나가 함께 부르는 ‘편지의 이중창’이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 나온 '편지의 이중창' 듣기]
마지막 피날레 장면에서 백작은 백작부인과 피가로 커플을 향해 ‘용서해주오!(Perdono)’라고 외치며 진정 어린 화해와 용서를 갈구한다. 계급과 남녀 간의 첨예한 갈등으로 얽히고설킨 오페라는 모차르트의 온화한 장조 음악을 타고 모든 이들이 화합하는 가운데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모차르트의 이 기념비적인 명작은 오는 3월 국립오페라단의 공연(3/20~3/23)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