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유럽의 도시가 그렇듯, 겨울의 파리는 자못 우중충하다. 잿빛 하늘에서 추적추적 내리는 비, 매섭진 않지만 옷깃을 여미게 불어대는 바람은 들뜬 마음을 짓누른다. 새로운 시대감각을 배우고자 약 한 세기 전에 파리 구석구석을 거닐었던 나혜석은 이렇게 썼다.
“파리라면 누구든지 화려한 곳으로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파리에 처음 도착할 때는 누구든지 예상 밖인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첫인상은 화려한 파리라는 것보다 음침한 파리라고 안 할 수 없다.”
‘옛 파리의 모습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며 거리의 우울한 풍경을 빅토르 위고에게 전한 보들레르의 시 <백조>는 어쩌면 겨울에 쓰였을지 모른다.

역설적이게도 겨울의 파리는 우울해서 더 값지다. 오히려 전 세계가 사랑하는 도시로 만든 아름다움의 원천이 한층 돋보이곤 한다. 파리지앵이 자랑하는 예술과 패션 얘기다. 샹젤리제, 몽테뉴 거리에 늘어선 럭셔리 패션하우스들과 불후의 명작이 걸린 루브르, 오르세미술관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수놓는 도시는 회색빛 하늘 속에서도 반짝인다.

루이 14세 방에 디올 드레스, 나폴레옹 의자 옆 매퀸…루브르, 패션을 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