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한가?' 생각하는 찰나 빠져든다…'알라딘' 매직 [리뷰]
뮤지컬 '알라딘' 리뷰
브로드웨이 초연 10년만 한국 상륙
화려한 무대에 마음 뺏기고,
친숙한 넘버·유쾌한 분위기에 '웃음'
브로드웨이 초연 10년만 한국 상륙
화려한 무대에 마음 뺏기고,
친숙한 넘버·유쾌한 분위기에 '웃음'
뮤지컬 '알라딘'은 브로드웨이 초연 10년 만인 지난해 12번째 프로덕션으로 한국에 상륙했다.
1992년 개봉한 원작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물론, 2019년 개봉한 실사 영화까지 인기 돌풍을 일으킨 '알라딘'이라는 막강한 IP(지식 재산권)는 뮤지컬 무대에서도 빛을 발했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 4개 대륙에서 약 20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브로드웨이 초대형 히트작으로 거듭난 데 이어 한국에서도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작품은 신비로운 아그라바 왕국에서 펼쳐지는 알라딘의 여정을 통해 대담한 모험과 시간을 초월한 사랑, 진실한 우정을 그린다. 알라딘을 중심으로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 아그라바의 공주 자스민 등의 관계가 펼쳐진다. 익숙하다 못해 아주 친숙한 인물들과 스토리다. 이는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한 끗 차이로 기시감을 줄 수도 있는 부분이다.
초반 서사는 알라딘의 등장과 다이내믹한 아그라바의 배경이 겹치며 다소 산만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특히 알라딘이 아그라바를 누비며 재기발랄한 모습으로 자기소개하다가, 이내 어머니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겠노라 다짐하는 등의 전개는 그야말로 '디즈니스러운' 설정이라 다소 몰입이 어렵다. 시종일관 유쾌한 기조를 가져가는 악당 자파와 그의 부하 이아고, 알라딘과 세 친구까지 '유치하다'라는 생각이 일순간 든다.
하지만 지니의 등장과 함께 이러한 생각은 싹 사라지고 어느새 극 안에 들어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디즈니의 마법이자 '알라딘'의 마법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알라딘이 자파의 꾐에 넘어가 요술 램프를 찾으러 지하 동굴로 들어가면서 극강의 무대 미술이 눈 앞에 펼쳐진다. 보석으로 가득 찬 지하 동굴은 세트, 소품, 영상, 조명까지 입이 쩍 벌어지는 화려함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2막에서는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했던 '알라딘' 최고의 넘버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와 함께 양탄자를 타고 밤하늘을 나는 알라딘과 자스민도 만나볼 수 있다. 무대가 칠흑같이 어두운데다 역동성은 좀 부족하지만, 감성을 자극하기엔 충분하다.
끝을 향해 갈수록 알라딘과 지니의 브로맨스가 강화하며 상대적으로 자스민의 임팩트는 약해진다. 알라딘에 의해서만 등장하는 구조가 아쉬울 수 있다. 브로드웨이 버전보다는 주체적인 자스민으로 결말을 이뤄냈지만, 실사 영화보다는 그녀의 강인함이 덜하다. 실사 영화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스피츠 리스(Speechless)'는 해당 영화를 위해 제작됐던 사운드트랙으로 뮤지컬에는 없다. 후반부에 스토리가 급하게 마무리되는 느낌도 있다.
그렇지만 관람 내내 미소가 지어지는 기분 좋은 작품이니, 디즈니의 본질을 잘 살려냈다고 볼 수 있다. '알며 들다(알라딘에 스며들다)', '이븐하게' 등의 신조어 및 유행어, 잠실롯데타워·잠실역 3번 출구 등 '한국 관객 맞춤형' 대사는 소소하게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다.
귀에 익은 넘버들도 강점이다. '아라비안 나이츠(Arabian Nights)'에 심장이 두근대고, '프린스 알리(Prince Ali)'가 나오면 흥얼거리게 된다. 극 말미 지니는 "아는 맛이 더 맛있다"고 외친다. 이유 있는 자신감이다.
'알라딘'은 오는 6월 22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계속 공연한다. 매진 인기 속에서 3월 공연의 티켓은 오는 9일 오후 2시에 오픈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