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경영진부터 냉철하게 되돌아볼 것"
삼성전자 위기론에…'변화·쇄신' 재도약 당부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사진)는 1일 경기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창립 55주년 기념식에서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과의 공동 명의 기념사를 통해 이 같이 말했다.
창립기념식 행사지만 자축보단 최근 제기된 ‘삼성전자 위기론’을 직시하고 재도약 계기로 삼자고 다짐한 셈. 앞서 올 3분기 잠정 실적 공시 직후 전 부회장 명의의 이례적 ‘반성문’이 나온 뒤 또 한 번 삼성전자 경영진이 자성(自省)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삼성전자는 전날 3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 기준 매출 79조9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4% 증가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고, 영업이익도 277.32% 늘어난 9조1834억원을 거뒀으나 시장 눈높이엔 미치지 못했다. 당초 80조원대 매출과 10조원대 영업익을 점친 증권가 전망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인 반도체 사업에서 3조원대 영업익에 그친 게 ‘치명타’였다.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익은 3조8600억원으로 영업익 7조300억원을 올린 SK하이닉스에 크게 뒤졌다. 이에 따라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연간 영업익도 SK하이닉스에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1~3분기 누적 영업익 격차가 3조원 이상 벌어지면서 사상 처음 ‘반도체 왕좌’를 내줄 상황에 처했다.
한 부회장이 이날 기념식에서 “임직원 모두가 사활을 걸고 본질인 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 한 치의 부족함 없는 품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의례적 언사가 아니라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어 “변화 없이는 아무런 혁신도, 성장도 만들 수 없다”며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과 편리한 삶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세상에 없는 기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미래 차별화 경쟁력의 원천으로 만들어나가자”고 주문했다.
변화와 쇄신을 통해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강건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한 부회장은 “미래 10년을 주도할 패러다임은 인공지능(AI)이다. 버블과 불확실성의 시기를 지나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일상화되는 ‘AI 대중화’ 시대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제한 뒤 “단순히 특정 제품, 사업에 국한된 변화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부터 신성장동력 발굴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쌓아온 우리의 저력과 함께 모두가 하나가 돼 힘을 모은다면 우리는 더 강한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다. 삼성다운 도전과 혁신으로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만들도록 하자”고 되풀이 강조했다.
기념식에는 한 부회장과 전 부회장을 비롯해 경영진과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했다. 이재용 회장은 예년처럼 창립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