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넘어 착잡…의료계 혼란으로 시민 불편 가중될 것"
신입생 모집요강 미뤘던 대학은 학칙개정 채비…지자체는 휴진 예의주시
의료계 반발 새국면…"의사 떠나고, 병의원 휴진 동참 명분돼"
16일 법원이 전국 의과대학 정원을 2천명 증원하겠다는 정부 방침·추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내리면서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와 대학 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온 의료계는 실망감으로 병원을 떠나는 교수들이 속출하고, 대 정부 갈등 전선이 확대되면서 시민 불편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금까지 뒤에 한발 물러서 있던 병의원 개원의(대한의사협회)들도 휴진에 동참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면서 의료서비스 최전선에 있는 동네병원의 집단 휴진 사태가 10년 만에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법원 판단을 기다리느라 신입생 모집 요강 확정을 미뤄뒀던 전국 의과대학들은 대체로 정부 방침에 따라 의대 정원을 확대하기 위한 학칙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의료계 반발 새국면…"의사 떠나고, 병의원 휴진 동참 명분돼"
◇ "의료계 반발 새국면 될 것"…동네병원도 휴진 동참하나
전국 종합병원 교수진은 의대 정원 2천명을 증원할 수 있도록 정부 손을 들어준 법원 판단에 아쉬움·반발을 넘어 고착화된 실망감에 '착잡함'을 토로했다.

사실상 증원 방침이 확정됐지만,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 의료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부는 앞으로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증폭돼 시민들이 겪게 될 불편함이 걱정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원대 한 교수는 "기다려왔던 분들이 있는데 이제는 진짜로 교수들이 사직할 듯 보인다"며 "전공의들도 돌아오지 않고 학생들도 떠나면 앞으로 의료계가 어떻게 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원광의대 비대위 측도 "의사들 이동 시기가 많은 12∼2월 사이 병원을 떠나는 교수가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대 정원 논란이 지금까지 정부와 전공의 대결이었다면, 앞으로 정부와 전체 의료계 대결로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동안 한발 뒤에 머물러 있던 병의원 개원의(대한의사협회)가 휴진에 동참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면서 2014년 빚어진 동네병원 집단 휴진 사태가 10년 만에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종합병원 교수비대위원장은 "의대생 복귀는 무산됐고, 전공의도 1년 쉬었다가 다시 수련해야 한다"며 "의대정원 논란이 전공의 중심에서 전체 의료계·의료개혁 쪽으로 바뀌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의료계 전체로 봐선 동네병원들도 휴진할 수 있는 명분이 됐고, 10년 만에 동네병원 집단 휴진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며 "교수들이 주 52시간 근무, 휴일 휴진 방침으로 진료를 보면 앞으로 환자들이 정말 대학병원에서 교수 진료를 받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국 교수비대위 차원에서 밝힌 '법원 기각 시 1주일 휴진' 참여 방침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율적 참여를 전제로 발표됐기 때문에 대학병원 교수들의 실제 참여율은 높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전국 의대 교수진은 조만간 회의를 열어 대응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 대학은 학칙 개정 채비…휴학 의대생 구제방안 검토
법원 판단을 기다리느라 의대 정원 증원 절차를 미뤄뒀던 대학들은 이번 결정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의대 정원 규모를 반영한 학칙을 개정해 이른 시일 내에 신입생 '수시모집요강'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또 휴학 중인 의대생 구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북대는 이달 내로 학칙 개정을 마칠 예정이다.

전북대학교 관계자는 "의대 정원이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에, 대학은 의대 정원을 200명으로 하는 학칙 개정 절차를 기존대로 밟아나갈 것"이라며 "다만 2025학년도에 한해 증원분의 50%를 반영해 171명을 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천 가천대 의대도 이달 안으로 기존 40명에서 130명으로 총 90명을 증원하는 내용의 학칙 개정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조선대는 의대 정원 증원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학기제로 운영 중인 의대 학사 운영을 학년제로 바꾸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조선대 관계자는 "의대생들의 대량 유급을 막기 위해 검토 중인 학년제 도입을 대학 자율에 맡기지 말고 정부 차원에서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남대 역시 증원 계획에 맞춰 차질 없이 입시를 준비하고, 의대 교수와 학생들이 학교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국립대 내부에선 의대 증원 확대를 반대하는 기류도 포착된다.

경상국립대 의대 관계자는 "의대정원 증원을 멈춰달라는 의료계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각하되더라도 학칙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하고 교수진 승인이 있어야 한다"며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에 대해 대학 자체적으로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병원·지자체는 의료계 움직임 예의주시
의료계 반발이 당분간 이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병원 경영진과 지방자치단체는 의료진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전국 교수비대위 측이 '법원이 기각결정을 내리면 1주일 휴진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교수진이 참여할지 지켜보고 있다.

시민 의료서비스 최전선에 있는 병의원의 휴진 참여 가능성도 커지면서 이들을 관리하는 전국 지자체 역시 동향을 살피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지자체 한 의료·보건서비스 관리자는 "사실상 의대 정원 증원 방침이 확정되면서 일부 반발하는 병의원들의 휴진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며 "개원 의사들은 대학병원 교수들과 입장이 다르긴 하지만, 집단 휴진에 들어가는 움직임이 포착되면 즉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영식,강태현,이성민,나보배,정종호,형민우,장지현,한무선,김상현,양영석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