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의사들의 평균 연봉이 2022년 3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이후 6년 간 연평균 연봉 상승률은 6.4%로 일반 직장인을 훌쩍 넘어섰다. 개원의 연봉 1~2위는 라식 수술,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가 많은 안과와 정형외과가 차지했다.

14일 정부가 지난 10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의사인력 임금 추이'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상급종합병원부터 의원까지 요양기관에 근무 중인 의사인력 9만2570명의 평균 연봉은 3억100만원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이 2022년까지의 의사 소득을 분석한 자료로, 2020년 기준 의사들의 소득을 집계한 보건의료실태조사 이후 정부가 공식적으로 집계한 가장 최신 자료다.

정부는 지난 10일 의대 증원 관련 집행정지 항고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등법원에 47건의 자료와 2건의 별도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정부와 법원은 판결 이후 자료를 공개할 방침이었으나 의료계 측 법률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가 13일 자료를 대중에 공개했다.

정부는 9만여명의 평균 연봉이 3억원이 넘는 상황이 의사 수급 부족에 따른 결과라고 재판부에 설명했다.



위 자료에 따르면 요양기관에 소속된 의사 인원은 2016년 7만7013명에서 2022년 9만2570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연봉은 2억800만원에서 3억100만원으로 6년만에 45% 증가했다. 수련생 신분으로 6000만~7000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 전공의는 제외한 수치다.

한국 전체 근로자의 월평균임금이 2016년 283만3000원에서 2022년 352만6000원으로 24%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빠른 증가 속도다.

의사들의 임금 상승은 개원의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응급 의료를 담당하는 상급종합병원 의사들의 연봉은 2016년 1억5800만원에서 2022년 2억100만원으로 연평균 4.1% 상승하는데 그쳤다.

반면 의원급은 같은 기간 2억1400만원에서 3억4500만원으로 연평균 8.3%의 빠른 소득 상승세를 보였다.

가장 소득이 높은 것은 종합병원이 아닌 중소형 병원 의사들이었다. 병원급 의사들의 소득은 2016년 2억8600만원에서 2022년 3억9400만원으로 연평균 5.5%의 속도로 빠르게 높아졌다.
개원의 전공별 임금 현황(의원 기준) 건강보험공단
개원의 전공별 임금 현황(의원 기준) 건강보험공단
의원급 개원의들의 소득을 전공과별로 분석한 결과 상위 5개 전공은 1위 안과(6억1500만원), 2위 정형외과(4억7100만원), 3위 이비인후과(4억1300만원), 4위 마취통증의학과(3억9100만원), 내과(3억6700만원)순으로 나타났다.

라식·라섹 수술이나 백내장 다초점렌즈 삽입술 등 대표적인 비급여 진료가 많은 안과가 압도적인 1위,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등 다빈도 비급여 시술이 많은 정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가 선두권을 형성했다.

이비인후과는 2021년 평균 임금이 2억1000만원이었던 것에 1년 만에 4억1300만원으로 2배가 늘었는데,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진단 검사 수요 증가 등 일시적 요인으로 추정된다. 2021년 1억6200만원이었던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평균 소득이 2022년 2억9100만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한 것도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이 같은 의사 소득의 불균형이 의사 수급 부족에 있다는 것이 복지부의 주장이다. 복지부는 자료에서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가 늘더라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겨우 0.2명 증가한 2.1명에서 2.3명이 되며 OECD 평균 3.7명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다"며 "(2000명이란 증원규모는) 의사가 부족한 우리 현실과 향후 커질 의료공백 상황에 비춰볼 때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20여년간 해외 주요 선진국들은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려왔다. 영국은 2000년 5700명인 의대 정원을 2021년 1만1000명으로 5300명(93%) 확대했다. 프랑스는 2000년 3850명에서 2020년 1만명으로 160%를, 미국은 2000년 1만8000명에서 2021년 2만8000명으로 57%를 늘렸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