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 9일 오후 5시 29분

기업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다. 4월 총선 이후 자금 조달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 미리 현금을 쟁여두려는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회사채 발행액은 총 38조8676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3조2221억원을 발행한 것과 비교하면 5조원 이상 늘었다.

이달 들어서도 회사채 시장 문을 두드리는 기업이 쏟아지고 있다. 이달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은 SK하이닉스, GS파워, 롯데쇼핑 등 총 16곳이다. 그동안 4월이 회사채 시장 비수기로 꼽힌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지난 1, 2일 이틀간 10개 기업이 동시에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1분기는 연기금 등 투자 큰손들이 자금 집행을 재개하는 ‘연초 효과’ 등에 힘입어 회사채 발행이 활발한 시기다. 올 들어서는 총선 이후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더해지며 발행 규모가 더 커졌다. 총선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폭탄이 터질지 모른다는 ‘4월 위기론’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반영됐다.

기업 신용도에 ‘적신호’가 들어온 업종이 늘어난 것도 회사채 시장이 붐비는 주요 요인이다. 오는 6월 열리는 상반기 신용평가사 정기평정에서 건설·유통·증권업 등의 기업 신용도 줄강등이 예고된 상태다. 신용도 하향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기 전에 미리 회사채를 발행해 두겠다는 게 기업들의 구상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