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확보하는 연구자금으로 임상 1상을 연내 마치고 내년엔 본격적인 기술수출(LO)에 나설 계획입니다.”1세대 신약벤처 신라젠의 김재경 대표(사진)는 9일 회사의 새로운 먹거리인 항암제 후보물질 BAL0891의 사업계획을 이같이 밝혔다. 신라젠은 13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 중 573억원은 BAL0891의 임상 개발에 쓸 계획이다.BAL0891은 신라젠이 2022년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에서 도입한 항암제 후보물질이다. 도입 당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1상 승인을 받은 상태였고 지난해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올해 말에는 임상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신라젠은 전직 임원의 횡령과 배임으로 한때 주권 거래가 정지됐다. 2021년 상장사 엠투엔이 인수하면서 경영이 정상화됐고 2022년 10월 거래가 재개됐다. 진단업체 랩지노믹스의 창업자이기도 한 김 대표는 2022년 8월 신라젠 대표를 맡았다.BAL0891은 암세포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세포 분열을 차단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시중에는 아직 비슷한 약이 없다. 신라젠은 한국과 미국에서 260명의 췌장암 및 위암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임상 1상 환자 규모로는 이례적으로 많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 대표는 “임상 1상부터 충분히 많은 환자를 모아 다국적 제약사가 신뢰할 수 있는 임상 결과를 얻어낼 것”이라고 말했다.신라젠은 BAL0891의 단독 임상뿐 아니라 시중에 나와 있는 화학항암제 또는 면역항암제와 함께 투약하는 병용임상도 할 예정이다.신라젠의 선도 후보물질인 항암바이러스 펙사벡의 운명도 올해 결정된다. 다국적 제약사 리제네론이 펙사벡을 기술도입할지가 업계의 관심사다. 지난 1월 펙사벡과 리제네론의 면역항암제 리브타요(성분명 세미플리맙)를 신장암 환자에게 병용투여한 임상 2상 결과가 발표됐다. 김 대표는 “리브타요가 단독으로는 효능을 입증하지 못한 신장암에서 펙사벡을 함께 투여해 효능을 확인했다”며 “리제네론이 펙사벡을 기술이전해갈지 또는 임상 3상으로 재차 검증에 나설지 등이 올해 판가름 날 예정”이라고 말했다.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코오롱티슈진이 러시아에서 세포유전자 치료제 TG-C의 퇴행성 디스크 질환 치료 특허를 취득했다고 9일 발표했다.미국 등 13개국에 특허를 출원해 얻은 첫 결실이다. 2039년까지 러시아에서 이 기술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업체 측은 다른 나라에서도 차례로 특허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코오롱티슈진은 무릎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에서 TG-C 임상 3상시험을 하고 있다. 조만간 환자 대상 투약이 마무리된다. TG-C를 척추질환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무릎관절, 고관절에 이어 세 번째다. 한성수 코오롱티슈진 대표는 “TG-C의 활용 영역을 확대해 의학적 가치를 증명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2020년 다이이찌산쿄가 아스트라제네카와 함께 출시한 엔허투가 3년 만에 블록버스터 의약품(연매출 10억달러 이상)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매출은 26억달러(약 3조5000억원)였다. 엔허투의 성공은 글로벌 항체약물접합체(ADC) 광풍을 불렀다. ADC 항암제 시장이 2030년 35조원에 달하는 유망 시장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기술이전과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앞다퉈 ADC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올해도 ADC 항암제 인기 ‘여전’2019년 이후 제약·바이오업계 최대 규모 M&A 계약은 ADC에서 나왔다. 지난해 3월 화이자는 56조원을 들여 글로벌 ADC 선두기업이던 시젠을 인수했다. 연말에는 애브비가 14조원, BMS가 11조원에 ADC 개발사를 사들였다.ADC 기술 선점 경쟁은 올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일 덴마크 제약사 젠맙은 미국 프로파운드바이오를 2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프랑스 제약사 입센도 미국 수트로바이오파마의 ADC 신약 후보물질 STRO-003을 1조2000억원을 주고 확보했다. MSD도 5일 ADC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앱슈틱스를 약 28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15조원이던 글로벌 ADC 시장은 연평균 12.9%씩 성장해 2030년 35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K바이오 기술이전도 잇달아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국내에서도 글로벌 제약사와의 ADC 관련 계약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ADC 선두기업으로 꼽히는 리가켐바이오(옛 레고켐바이오)는 지난해 12월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에 ADC 신약 후보물질 LCB84를 최대 2조2000억원에 기술수출했다. 단일 물질로는 사상 최대 규모 계약이다.같은 달 피노바이오도 미국 컨주게이트바이오에 15개 약물 표적에 대한 ADC 플랫폼을 약 3200억원에 기술이전했다. 피노바이오의 자체 플랫폼으로 개발한 약물은 항암 효능뿐 아니라 내성 극복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대형 제약사들도 도전장국내 대형 제약사들도 ADC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 7일 미국암학회(AACR)에서 비소세포폐암 신약 후보물질 CKD-703 연구성과를 처음 공개했다. 지난해 2월 네덜란드 시나픽스로부터 ADC 기술을 사들인 지 1년 만이다. 내년에 글로벌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하는 것이 목표다.동아에스티는 지난해 12월 인수한 앱티스를 통해 ADC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앱티스는 항체에 약물이 붙는 위치를 조절할 수 있어 균질한 ADC를 제작하는 기술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에이비엘바이오는 네덜란드 시나픽스로부터 플랫폼 기술을 도입해 이중항체 ADC를 개발하고 있다. 이중항체는 두 가지 표적을 동시에 잡는 항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5년까지 최대 3건의 임상단계 물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업계 관계자는 “한 기업이 항체, 약물 등 ADC 핵심 요소를 모두 갖춘 경우는 드물다”며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면서 빠르게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기술이전, M&A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