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기업은 암표·짝퉁과 전쟁 중
“이번에도 실패했습니다. 열리자마자 ‘솔드아웃’됐네요.”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조성진×도쿄필하모닉’ 공연 예매에 실패했다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조성진 같은 유명 피아니스트의 공연을 예매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연 입장권을 대량 구매한 뒤 재판매하는 ‘사이버 암표상’ 때문에 예매 문턱이 더욱 높다.

이런 암표 유통을 막기 위한 공연법 개정안이 22일 시행된다. 매크로로 표를 산 뒤 재판매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온라인 암표 거래 신고 건수는 2021년 785건에서 2022년 4224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게임 행사 롤드컵 암표는 정가 24만원의 10배 이상인 300만원에 거래됐다. 브루노 마스 콘서트는 여덟 자리 연석이 정가의 90배인 1억8000만원에 유통되기도 했다.

법 개정에 발맞춰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분석 등을 활용해 암표 거래, 위조 상품 등을 적발하는 기술도 고도화하고 있다.

트래픽 관리 기업 에스티씨랩은 최근 매크로를 탐지하고 차단하는 솔루션 ‘엠버스터’를 출시했다. 전 세계 7만 개의 매크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접속자 행동 패턴을 분석한 뒤 매크로를 잡아낸다.

AI 스타트업인 마크비전은 위조 상품을 찾아내는 솔루션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3억2000만여 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 중 433만 건 넘는 위조 상품 및 무단 판매를 적발했다. 한국에서만 27억달러(약 3조5700억원) 넘는 위조 상품 및 무단 판매 리스트를 AI로 탐지해 삭제했다. 불법 콘텐츠도 이미지와 텍스트를 AI로 감별하는데, 지난해 마크비전이 적발한 불법 콘텐츠 규모는 1020억원에 달했다.

딥브레인AI는 경찰청과 협력해 딥페이크 범죄를 막는 탐지 솔루션을 내놨다. 총선을 겨냥한 선거 범죄를 비롯해 합성 성 착취물 등 딥페이크 범죄에 대응한다. 딥페이크로 의심되는 영상을 업로드하고 탐지 구간 등을 설정하면 AI가 진위를 즉시 판별한다.

고은이/최다은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