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하면서 엔화 강세에 베팅하는 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다. 특히 엔화가치 상승과 달러가치 하락에 동시에 베팅하는 전략으로 환차익을 극대화하려는 사람이 많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일본 기업의 실적 악화 우려로 현지 증시에서 이탈해 국내 증시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日 금리인상 임박…엔화 상품에 2700억 '뭉칫돈'

엔화 강세, 달러 약세에 투자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일학개미들은 엔화를 통해 미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을 집중 매수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일본 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만기 엔화 헤지 상장지수펀드(ETF)’다.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2억786만달러(약 277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엔화로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비슷한 구조의 다른 상품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KBSTAR 미국채30년엔화노출(합성 H) ETF’를 연초부터 이날까지 71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 ETF’도 89억원어치 사들였다. 이들 종목 역시 엔화로 미국채에 투자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일본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리스크를 지기보다 엔화 금리 상승과 달러화 금리 인하 효과를 동시에 누리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곧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원정개미의 매수세에 영향을 미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오는 7월 말까지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이상 인하할 확률은 80%에 육박한다. 미국 금리가 떨어지면 달러 표시 채권 가격은 오른다. 증권가에선 BOJ가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2007년 이후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BOJ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엔화 상품을 보유한 투자자가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韓 코스피 반사이익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면 엔화로 투자하는 파생상품들의 수익률이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장기간 엔저가 이어지며 이들 상품의 수익률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아이셰어즈 ETF는 연초부터 최근까지 7.74% 떨어졌다. Fed가 인플레이션 통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FOMC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뒤로 밀린 것도 수익률이 부진했던 배경이다.

BOJ가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 한국 증시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수출 기업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나빠지면서 동아시아 지역에서 일본 외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엔·달러 환율 흐름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순매수세를 분석해보면 엔화가 강세를 보일 때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많이 사는 경향이 나타났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2023년 초부터 그해 6월 16일까지 4.17% 떨어질 때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3조946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올초부터 이달 13일까지 환율이 2.64% 하락했을 때는 11조144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은 “국내 조선주도 원·엔 환율이 올라갈 때 강세를 보이는 특징이 있다”며 “업종별로 일본과의 경합 관계가 남아 있는 자동차와 조선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훈/맹진규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