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물가 현장 점검을 위해 18일 서울 양재 하나로마트 과일코너를 찾아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물가 현장 점검을 위해 18일 서울 양재 하나로마트 과일코너를 찾아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총선을 목전에 둔 정부·여당이 '금사과' 등 치솟는 서민 장바구니 물가에 초긴장 상태다. 지지율 직격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은 마트로 향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줄곧 시장을 찾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악재를 기회로 삼아 '정권 심판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았다. 이 일정은 이날 오전에서야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깜짝 방문' 격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장바구니 물가가 높아져서 서민과 중산층 살림살이에 어려움이 크실 것"이라며 "특히 사과의 경우 지난해 생산량이 전년 대비 30% 줄어 소매 가격이 크게 올랐다. 납품단가 보조와 할인판매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사과 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마트를 찾아 직접 물가동향을 점검한 배경에는 최근 하락한 국정 수행 지지율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국정 수행 평가 여론조사를 실시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3주 연속 40%대를 기록하다가 이번 조사에서 38.6%로 내려왔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과일·채솟값 등 인상 여파에 따른 장바구니 민심 악재 등이 변수로 등장했다"고 짚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1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 평가한 응답은 36%로, 직전 조사 대비 3%포인트 떨어졌다. 이 조사에서 부정 평가 이유로 가장 많이 언급된 항목은 '경제/민생/물가'(16%)였다. 같은 기관이 지난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마찬가지로 '경제/민생/물가'(16%)를 부정 평가 이유로 가장 많이 꼽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상인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상인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선거 유세를 돕느라 연일 시장을 방문하는 한 위원장도 최근 유권자들 앞에서 거듭 고물가에 대한 '반성문'을 쓰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 방문 일정 당시 과일 가게에서 만난 상인에게 "물가가 너무 올라 죄송스럽다. 물가 잡고 잘하겠다"고 했다. 지난 15일에는 전남 순천시에서 "정부·여당이 어떻게든 고물가를 해소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또 한 위원장은 순천에서 "최근 높은 농축산물 가격에 대비해 긴급 가격 안정 자금 1500억원을 다음 주부터 바로 추가 투입하기로 정부와 협의했다"면서 당정 협의 내용을 정부보다 먼저 발표했다. 실제로 이 내용은 윤 대통령이 이날 하나로마트에서 발표한 내용과 같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도 "국민의 물가 고통이 계속된다. 시장과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송구한 마음"이라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실제로 사과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큰마음 먹지 않으면 사 먹을 수 없는 과일이 됐다. 지난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사과(후지·상품) 10kg당 도매가격은 1년 전보다 두 배가량 오른 9만1700원으로 집계됐다.

사과뿐만 아니라 배, 딸기, 토마토 등 평소 즐겨 먹는 대표 과일들이 일제히 값이 올랐다. 지난 2월 신선과실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1.2% 급등하며 32년 5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과일값 폭등을 최저시급에 비유한 자조적 글이 올라와 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게시자는 '의외로 한 시간 열심히 아르바이트해도 못 사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한 마트에서 판매 중인 사과 사진을 올렸다. 해당 마트 사과 1개 가격은 14500원에 달했다. 2024년 근로자 최저임금 시급은 전년 대비 2.5% 인상한 9860원이다. 맘카페에도 "사과 가격이 어마무시하다", "사과 3알 사서 며칠째 아껴먹고 있다", "아이가 사과를 좋아하는데 마음껏 먹게 해주지 못해 속상하다", "사과 뿐 아니라 모든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원성이 들끓었다.

민주당은 물가 혼란을 '정권 심판론' 불쏘시개로 사용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민생 경제가 IMF 이후 최대 위기 상황인데도, 윤석열 정권은 수습할 능력이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윤석열 정권의 민생 경제가 실패를 넘어 참사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달 과일 가격은 32년 만 최대치로 올랏다고 한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금사과'라는 한탄이 쏟아졌는데, 현장에서는 '이러다가 경제가 완전히 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했다.

한편, 기사에서 언급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