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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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곧 갈 테니 우리 가서 다 같이 한번 만나세."

'연극계 거목' 고(故) 오현경의 영결식에서 배우 이순재는 이같이 말하며 작별을 고했다.

5일 오전 9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에서 고 오현경의 영결식이 대한민국연극인장으로 엄수됐다. 이날 영결식엔 유족과 동료 연극인 100여명이 참석해 그를 추모했다.

영결식은 이성열 연출가가 고인의 약력을 소개한 뒤 고인의 육성이 담긴 연극 '봄날' 공연을 감상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배우 이순재는 고인과 함께 실험극장 창립동인으로 활동했던 때를 떠올리며 "국어사전을 펴놓고 화술을 공부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TBC 시작할 당시 함께했던 남자배우들이 저와 고인을 포함해 6명이 있는데 그 중 이낙훈, 김동훈, 김성옥, 김순철이 자네 기다리고 있다"면서 고인에게 인사했다.

손정우 대한연극협회 회장은 "선생님은 암 투병 중에서도 연기의 품위를 잃지 않으려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셨다"며 "대사 한 줄이라도 틀리면 밤잠을 설칠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시며 연극인의 자세를 보여주셨다"고 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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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 활동 중인 고 오현경의 딸 오지혜는 "지난해 머리 수술을 받으시고 인지능력을 테스트하는데 직업이 뭐냐고 물으니 아주 힘있게 배우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며 "아버지는 연기를 종교처럼 품고 한길을 걸어오신 분"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생전 무대를 올렸던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본 뒤 식장을 떠났다.

1936년생인 고인은 지난 1일 8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1954년 서울고등학교 재학 중 연극반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극단 실험극장 창립동인으로 활동하며 '휘가로의 결혼', '맹진사댁 경사', '동천홍', '허생전' 등에 출연했다. KBS 드라마 'TV 손자병법'을 통해 대중의 눈도장을 받았다. 고인은 암 투병 끝에 2008년 연극 무대로 복귀해 변함없는 연극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보여줬다. 고인은 천안 논산에 이장되어 영면에 든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