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발트해의 '불침항모' 고틀란드섬
제주도 1.7배 크기의 스웨덴 최대 섬 고틀란드섬은 ‘발트해의 진주’로 불리는 유럽의 휴양 명소다. 석회암 기둥과 깎아지른 절벽, 야생화 초원, 길게 뻗은 백사장 등으로 관광 가이드북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바이킹족의 무역 거점으로 섬 곳곳이 ‘바이킹 박물관’이기도 하다. 12~13세기에는 노르웨이 베르겐, 에스토니아 탈린 등과 함께 한자동맹의 핵심 중계항 중 하나였다. 북쪽 부속 섬 포뢰섬은 스웨덴의 거장 잉마르 베리만이 말년을 보내며 5편의 영화를 찍었다. 그를 숭배하는 김태용 감독이 이 섬에서 탕웨이에게 프러포즈하고, 베리만센터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고틀란드섬은 이제 가장 주목받는 글로벌 지정학 요충지가 됐다.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으로 발트해가 ‘서방의 연못’이 됐다고 하는 것은, 바로 고틀란드섬을 중심으로 대러시아 방어 전선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리적으로 발트해의 정중앙에 위치한 ‘교차로’ 역할을 하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 사이의 보트니아만, 핀란드와 러시아 사이의 핀란드만에서 나오는 선박이 북독일로 빠져나가기 위해선 고틀란드 해역을 통과해야만 한다. 이곳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은 하루 1500척에 이른다.

러시아 발트해 사령부가 있는 러시아의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와의 직선거리는 250㎞에 불과하다. 러시아 와 영토를 맞대고 있는 발트 3국(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이 스웨덴의 NATO 가입을 가장 반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른바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으로 불리는 고틀란드에 NATO군이 주둔하면 강력한 제공, 제해력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스웨덴은 소련 붕괴 후 군비를 복지비로 돌리자는 좌파 정치인들의 주장으로 2005년 고틀란드섬에서 병력을 완전히 철수했다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탄 이후 징병제 재도입과 함께 고틀란드섬 병력도 재배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급기야 200여 년 중립국을 벗어 던지고 NATO에 합류할 수밖에 없는 계기가 됐다. 국방 계획의 대전제는 전쟁은 언젠가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이어야 한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