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처음 금동이가 발견됐을 당시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과 강아지의 주인을 찾고 소식을 전한 X 사용자의 게시글. /사진=당근, X 캡처
(좌측부터) 처음 금동이가 발견됐을 당시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과 강아지의 주인을 찾고 소식을 전한 X 사용자의 게시글. /사진=당근, X 캡처
"주변에서 얘 모르는 주민 없어요. 골목길 지날 때마다 반갑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주니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미소)"

23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군자동의 한 골목에서 만난 주민 김모 씨는 이같이 말하며 강아지 '금동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근처에 살아서 자주 본다"며 "이젠 정이 들어 가끔 안보이면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인근 주민이라고 밝힌 10대 박모 씨도 장난감으로 금동이와 놀아주며 "사실 집은 반대편인데, 지난번 우연히 금동이를 발견하고 잘 있나 궁금해서 종종 와본다"며 "금동이가 말을 잘 알아듣고 사람도 너무 좋아해서 나만의 '힐링' 장소가 됐다. 동네 친구들 사이서도 얘가 인기 스타"라며 웃었다.
건물 옆에 묶여있는 강아지…"우리 동네 최고 스타에요" [이슈+]
금동이는 한 중고 거래 앱의 동네 생활 커뮤니티에 소개되며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서울 광진구 군자동 커뮤니티에 지난 10일 '건물 옆에 묶여있는 강아지'라는 제목의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어린 강아지가 공터에 묶여 있어 올려본다"며 "밥그릇, 물그릇이 있긴 한데 날씨가 추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사연을 접한 인근 주민들은 십시일반으로 강아지의 생활 여건을 개선해나갔다. 한 누리꾼은 손수 집을 만들어주는가 하면, 또 다른 주민은 방석과 담요를 펼쳐두었다. 주민들이 밥, 간식 등을 급여하며 마치 반려동물 일지처럼 커뮤니티에 순차적으로 게시글을 올렸다.

한 누리꾼은 며칠 후 인근 건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할아버지가 강아지의 보호자임을 확인하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식을 전했다. 작성자는 "강아지 이름은 '금동이'이며 주인 할아버지께서 다른 세대를 살아오신 어르신이라 개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셨던 것 같다"며 할아버지께서 강아지를 아끼지만 돌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건물 옆에 묶여있는 강아지…"우리 동네 최고 스타에요" [이슈+]
이후 이웃들은 자발적으로 할아버지를 도와 금동이를 보살피기 시작했다. 밥이나 간식을 여러 사람이 주면 탈이 날 것을 우려해 식단표를 만들어 적는다. 사료와 간식, 물을 보관하는 박스도 생겼다. 이후 금동이는 건물 측면에 위치한 지붕이 있는 쾌적한 공간으로 이사도 갔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주민분들이 참 따뜻하다", "좋은 이웃들이 있어 금동이가 행복해 보인다" 등 마음이 따뜻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찾아간 금동이의 보금자리에서는 "금동이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주변은 이름 모를 이웃들이 두고 간 담요, 간식, 장난감, 배변 패드로 풍성해진 모습이다. 현장에는 산책을 위한 배변 봉투, 간식 급여에 대한 설명 등 금동이를 보살피는 세부적인 설명까지 적혀있었다.
시민과 노는 금동이. /사진=김영리 기자
시민과 노는 금동이. /사진=김영리 기자
주인 할아버지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위쪽), 금동이 사료와 간식이 담긴 박스와 급여 일지. /사진=김영리 기자
주인 할아버지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위쪽), 금동이 사료와 간식이 담긴 박스와 급여 일지. /사진=김영리 기자
금동이의 보호자인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사장 이모 씨는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이웃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는 "금동이가 항상 여기서 지내는 건 아니고, 주말에는 함께 평창에서 지낸다"며 "처음에 금동이를 키우는 데 미숙한 점이 있었는데 주민분들이 도와주셔서 금동이를 더 신경 쓰게 됐다"며 "자주 확인하고 사료도 채워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동이가 온라인에서 화제된 것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는 "멀리서도 금동이를 보러왔다고 오신 분들이 있어 알게 됐다"며 재차 "금동이를 이뻐해 줘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은 금동이의 생활 여건을 확인하고서는 "풍산개는 야외 활동에 익숙한 습성을 띠는 견종이라 밖에서 지내도 무방하다"며 "털이 깔끔한데다 집과 이불, 식량이 있는 것으로 보아 보호자가 자주 들여다보기만 하면 문제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