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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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제약·바이오업계 인수·합병(M&A)을 전수조사한 결과 경영권프리미엄 비율은 평균 24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의 통합과정에서 한미사이언스가 경영권프리미엄을 챙기지 못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한울회계법인이 2020년 2월부터 5년간 금융감독원 전자시스템에 공시된 100억원 이상의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양수도 사례를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영권 프리미엄율 평균은 239.2%로 조사됐다.

가장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율을 기록한 M&A는 2022년 녹십자홀딩스가 미국의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업체인 바이오센트릭을 인수한 사례였다. 당시 녹십자는 무려 1418.23%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 비용을 지불했다.

OCI, 2022년 부광약품 인수에도 60% 넘게 경영권 프리미엄 지급

2021년 6월 대원제약의 극동에이치팜 인수 당시 경영권 프리미엄비율은 362.4%였다. 같은해 12월 CJ제일제당도 미생물 정보분석 기업 천랩을 인수하면서 381.6%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했다.

최근 1년간 공시된 48개 상장기업의 주식양수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인수기업은 평균 59%의 경영권프리미엄 비용을 지급했다.

반면 한미와 OCI의 기업결합과정에서 한미약품그룹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한푼도 챙기지 못했다. 한미사이언스의 유증신주발행가액은 3만7300원, 송영숙 회장의 지분 매도 가격은 3만7000원으로 지난달 11일 종가인 3만7300원과 큰 차이가 없다.
양사의 계획대로 통합절차가 완료된다면 OCI홀딩스는 경영권 프리미엄 지불 없이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에 오르게 되는 상황이다. 심지어 OCI는 2022년 2월 부광약품을 인수할 당시에도 64.2%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했다. 하지만 매출 1조5000억원을 기록하는 한국의 대표 제약사를 인수하는데 경영권 프리미엄이 '제로'인 셈이다.

이에 대해 관련 자본시장 안팎에서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하는 모녀와 그룹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이우현 OCI회장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벌어진 이례적인 거래"라며 "결국 손해보는 것은 국민연금 등 기관과 소액주주"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 심각한 상황은 한미사이언스가 피인수합병으로 지주사 지위 상실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한미사이언스는 단순 한미약품 주식 40%와 현 헬스케어 사업 등의 기업가치만 인정받게 된다. 주주들이 입는 직접적인 손실 피해 규모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번 한미약품그룹과 OCI홀딩스 간 통합 계약은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및 재단법인 가현문화재단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744만674주 매도 △OCI홀딩스의 한미사이언스 2400억원 (643만4316주)규모 유상증자 참여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의 한미사이언스 현물출자(677만6305주)에 따른 OCI홀딩스 유증(229만1532주) 참여 등이다.

임종윤·종훈 형제 "기관 및 4만여 주주권익 무시됐다"

이에 대해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측은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진행할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 소송을 진행했다. 수원지방법원은 오는 21일 임 사장 측이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사건에 대한 심문기일을 연다. 형제 측은 두 그룹의 통합 결정이 모녀의 상속세 납부 등 개인의 사익편취를 위해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임종윤 사장 측은 "두 배 이상의 가격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매입 의사를 밝힌 매수자도 있었던 상황에서 경영권 프리미엄과 임주현 사장의 OCI 대주주 신분 보장을 바꿔치기 한 셈"이라며 "기관과 4만여 주주의 권익도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같은 중요한 결정의 경우 이사회의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인수합병 제도개선 간담회'를 통해 "인수합병은 기업의 지배구조와 지분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통합을 결정한 이사회의 논의 내용을 공시하고 합병가격의 적정성을 외부기관에서 검토 받도록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입법예고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미약품과 OCI그룹 통합으로 촉발된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진입을 위해 주주제안권도 행사한 만큼 다음 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는 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측은 "경영권 분쟁 상황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본인의 다중채무를 해결하는 동시에 한미그룹을 본인의 개인 기업에 활용하려는 사익 추구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률과 절차에 따라 OCI그룹과의 통합을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