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담대 논란 2차 채권단협의서 정리…협력사 유동성 '숨통'
60곳 PF 사업장 정리 방안 논의…신규자금 투입·시공사 교체 등

워크아웃에 들어간 태영건설이 내달까지 계열사 자산 유동화 및 추가 담보 대출 등을 통해 2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협력업체 유동성을 조여온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미상환분도 오는 23일 채권단 2차 협의회 의결을 거쳐 정리한다.

태영 내달까지 2천억원 수혈 주력…블루원·SBS미디어넷 활용
◇ 블루원 유동화·SBS미디어넷 담보대출로 2천억원 확보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4월 기업개선계획 통과를 위한 채권단협의회 전까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채권단은 태영건설이 현재 수백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만큼 2천억원가량을 추가 확보할 경우 다음 달까지의 자금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태영그룹은 이달 중 블루원의 용인CC와 상주CC 골프장 유동화로 1천300억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한다.

골프장 2곳의 가치는 2천억원대다.

블루원이 골프장들을 마크자산운용 펀드에 매각하고, 블루원이 마크운용이 설정하는 골프장 인수 펀드에 다시 400억원을 투자해 우선매수권(콜옵션)을 보장받은 형태로 알려졌다.

태영그룹은 이에 더해 지주사 티와이홀딩스가 보유 중인 SBS미디어넷(95.3%) 지분을 담보로 한 추가 대출도 진행 중이다.

티와이홀딩스는 작년 11월 특수목적법인 월드미디어제일차로부터 SBS미디어넷 지분 70%를 담보로 760억원을 대출받았는데 리파이낸싱을 통해 수백억원을 더 대출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SBS미디어넷을 통해 얼마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블루원과 SBS미디어넷을 통해) 잘하면 2천억원 정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정도 자금이면 3월 말까지는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태영그룹은 골프장 루나엑스CC에 대해서도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이 골프장은 작년 3월 태영건설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동 조성한 2천800억원 규모 펀드에 담보로 잡혀 있어 매각 대금은 대부분이 한국투자증권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태영 내달까지 2천억원 수혈 주력…블루원·SBS미디어넷 활용
◇ 23일 채권단 협의회서 외담대 451억원 상환 결론
태영건설과 채권단은 이달 중 외담대 미상환분 451억원을 정리해 협력업체 유동성에도 숨통을 틔워준다.

채권단은 오는 23일 서면 결의 형식으로 열리는 제2차 채권자협의회에 '외담대 조기상환' 안건을 부의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형식은 은행이 보유한 금융채권이지만, 실질은 하도급업체에 대한 상거래채권인 만큼 조기 상환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기 때문에 의결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외담대 문제 해결은 태영건설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협력업체들을 위한 것"이라며 "이 업체들이 경영 애로사항 없이 자금 운용이 잘 될 수 있게끔 채권단도 협조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안건 의결 시 태영건설이 바로 외담대 451억원을 은행에 갚게 되고, 이 경우 협력업체들은 계속 은행에서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현금화에 나설 수 있게 되는 구조다.

앞서 태영건설은 작년 12월 말 만기가 도래한 1천485억원 규모의 상거래 채권 가운데 외담대 451억원을 갚지 않으며 금융당국 및 채권단과 갈등을 빚었다.

태영건설은 협력업체에 하도급 대금의 상당 부분을 일종의 '어음' 성격인 외담대로 지급했고, 하청업체는 이를 담보로 할인을 받아 현금을 조달해왔다.

태영건설은 외담대는 이미 협력사가 은행에서 할인받은 어음인 만큼 바로 갚아야 할 상거래 채권이 아닌, 워크아웃 개시로 상환이 유예된 금융채권이라 돈을 갚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외담대 문제를 최우선 순위로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채권단과 논의를 지속해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외담대를 망가뜨려 놓으면 태영이 거래처에 제공한 채권 형태를 유동화할 수 있는 틀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금융채권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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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자금 4천억원 지원…PF 사업장 60곳 정리 방안 논의
이 밖에 채권단은 23일 협의회에서 4천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을 열어주는 성격으로, 태영건설이 기업개선계획을 수립하는 기간 자금 미스매치로 인한 PF 하도급업체 결제 등 부족 자금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산업은행이 자금을 전액 지원하고, 손실이 발생하면 5대 은행이 비율대로 손실을 분담한다.

금리는 연 4.6%고, 대출 기한은 5월 30일까지다.

태영건설은 신규자금 지원을 위해 티와이홀딩스의 SBS 주식(556만6천17주), 윤석민 회장의 티와이홀딩스 주식(1천282만7천810주), 윤세영 창업회장의 티와이홀딩스 주식(26만6천955주) 등을 담보로 내놨다.

티와이홀딩스의 SBS 주식은 티와이홀딩스가 윤 창업회장의 딸인 윤재연씨로부터 330억원을 차입하고 담보로 잡힌 SBS 주식 117만2천주를 제외한 전량이다.

태영건설은 이 밖에도 블루원 주식(507만2천912주), 태영건설 소유 부동산 등과 에코비트·평택싸이로 매각대금에 대한 확약서 등을 함께 담보로 내놨다.

채권자협의회에는 태영건설에 4천억원 규모의 신규 보증서를 발급하는 안도 부의된다.

건설공제조합이 신규 보증을 지원하고, 필요시 주택도시보증공사도 신규 분양보증을 지원한다.

신규 보증서 발급 한도 설정을 위해 태영건설은 건설공제조합에 47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태영건설과 관련된 PF 사업장 60곳의 대주단은 26일까지 사업장별 구조조정 방안을 채권단에 제출해야 한다.

당초 시한은 이달 11일까지였으나 합의에 시간이 걸리면서 시한이 연장됐다.

신규자금 투입부터 손실 분담, 시공사 교체 등에 이르기까지 사업장별로 다양한 정리 방안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태영건설 PF 사업장 중 최대 규모인 마곡 CP4 사업장의 경우 신규자금이 3천700억원가량 필요한 상황이지만, 대주단이 추가로 출자하고 제3자 펀딩도 받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PF 사업장 60곳 중 대부분은 대주단 협의체가 구성돼 전체적인 방향이 잡혔다"며 "사업장별로 이견이 있는 곳도 있겠지만, 큰 틀에서 워크아웃 진행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사안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