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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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을 웃돌자 월가에서 대세로 여겨지던 ‘5월 금리 인하설’이 힘을 잃고 있는 분위기다. S&P500지수는 다시 5,000선 아래로 떨어졌고,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8.67포인트(1.37%) 하락한 4,964.17에 장을 닫았다. 지난 9일 5,026.61로 마감하며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5,000선을 넘어선 이후 2거래일 만에 다시 4,000대로 내려왔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전장보다 524.63포인트(1.35%) 내린 38,272.75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3월 22일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86.95포인트(1.80%) 빠진 15,655.60에 마감했다.

금리 변동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하루 만에 0.18%포인트 뛰어 연 4.65%를 가리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상승 폭은 지난해 3월 이후 약 11개월 만에 최대다. 전 세계 채권 시장의 기준점이 되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도 0.14%포인트 오른 4.31%를 기록했다.

미 달러화 가치는 전일 대비 0.6% 상승했다.
'끈적한' 물가에 멀어진 5월 금리 인하설…S&P500 5000 아래로
미 중앙은행(Fed)이 이르면 5월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차갑게 식은 데 따른 결과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7시(한국시간) 기준 오는 5월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금리를 낮출 확률을 31.5%까지 낮춰 보고 있다.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전까지만 해도 확률은 64% 수준에 형성돼 있었다. 한때 시장을 달궜던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8.5%까지 떨어진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스와프 시장 트레이더들이 “7월 이전 인하 가능성에 대한 베팅을 철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노동통계국은 이날 지난 1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3.1% 올랐다고 발표했다. 월가 추정치인 2.9%를 웃돌았다.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 역시 3.9%의 상승률로 시장 전망(3.7%)을 뛰어넘었다.

포인트72자산운용의 딘 마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T에 “Fed, 그리고 비교적 이른 시점에 금리를 낮추겠다는 계획에 제동을 거는 데이터”라며 “3월 금리 인하설은 이제 완전히 고려 대상에서 벗어났으며 5월 인하설도 가능성을 대폭 낮췄다”고 말했다.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글로벌 시장 전략가도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전은 여전히 나타나고 있지만, Fed가 원하는 만큼 빠른 속도는 아니다”라며 “Fed가 (금리 인하 전) 편안함을 느끼기까지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끈적한' 물가에 멀어진 5월 금리 인하설…S&P500 5000 아래로
조기 금리 인하설은 지난해 12월 FOMC에서 Fed가 올해 말 기준금리를 현재(5.25~5.50%)보다 0.65~0.90%포인트 낮은 4.6%(중간값)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면서 대두됐다.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하)을 가정한다면 세 차례 인하가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선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며 일찍이 3월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Fed는 지난달 FOMC에서 4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물가 지표를 기점으로 금리 인하 시점을 둘러싼 Fed의 고민은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디펜던트어드바이저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리 인하에 매몰된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이 끈적거리는(sticky) 상태에 머물며 일직선으로 하락하지 않을 가능성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선언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아마도 마지막 1마일(last mile) 남은 구간이 더욱 험난할 것”이라고 짚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물가 지표와 관련해 “(경제) 성장과 고용 지표가 호조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역시 정점 대비 70% 가까이 낮아졌다”면서도 “우리는 생활비를 낮추기 위해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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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