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 산하의 ESPN, 폭스코퍼레이션(폭스),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등 미국 거대 미디어 기업이 올 하반기 각 사 스포츠 채널을 공유할 수 있는 스포츠 스트리밍 플랫폼을 내놓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이들 기업이 합작해 올해 가을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세 회사는 공동 법인을 설립하고 3분의 1씩 지분을 보유할 방침이다. 서비스명과 구독료는 정해지지 않았다.

신규 스트리밍 서비스에선 미국프로농구(NBA), 미국프로풋볼리그(NFL) 등 미국 주요 프로 스포츠 경기를 비롯해 FIFA 월드컵, 대학 스포츠 등이 중계될 예정이다. 또한 각 사의 기존 채널 및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연계된다. 미국 최대 스포츠 채널인 ESPN을 비롯해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의 TNT, 폭스의 FS1 등을 시청할 수 있다. 각 사가 제공하는 OTT 개별 구독 서비스는 유지하면서 공동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함께 판매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 회사는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로 실적 부진을 극복하고 유료 케이블 방송에서 이탈하는 시청자를 붙잡기 위해 합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ESPN은 최근 케이블 시청자가 감소하고 모회사인 월트디즈니가 경영난에 시달리자 지난해 7월 지분 매각을 논의했다. 폭스와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도 각 채널 시청자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채널 간 경쟁으로 스포츠 중계권 가격이 치솟고 있는 것도 미디어 기업들의 합작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NFL 10년 중계권은 1100억달러(약 145조9400억원), NBA 10년 중계권은 직전 거래 대비 3배 이상 뛴 780억달러(약 103조48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작 소식은 ESPN과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가 다음 시즌 만료되는 NBA 중계권 재계약을 검토하는 가운데 발표됐다. 월가 전문가들은 세 회사가 연합하면 미국 스포츠 전체 중계권의 55%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