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문천의 한국어 비사. 김영사 제공.
향문천의 한국어 비사. 김영사 제공.
“고려시대 사람과 만나면 말이 통할까?”

역사 드라마를 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을 의문이다. 언어는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에 수백 년만 거슬러 올라가도 의사소통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당대의 어휘와 발음까지 그대로 되살려낸 사극을 접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수백, 수천 년 전 우리 선조들은 어떤 한국어를 사용했을까. 신간 <향문천의 한국어 비사>는 이런 호기심을 채워주는 역사언어학 분야 대중서다. 학술적인 연구자료에 머물던 한국어 역사를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로 풀어냈다.

저자인 향문천은 17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다. 역사언어학 콘텐츠 분야 국내 최대다. 언어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시대별 한국어 어휘와 발음을 보여주는 다양한 영상을 제작해왔다. 필명이자 채널 이름인 향문천(響文泉)은 ‘글을 울리는 샘’을 뜻한다.

책은 한국어의 변화를 일본어, 거란어, 몽골어, 여진·만주어 등 주변 언어와 비교하며 친절하게 설명한다. 다양한 사료에 기초해 진화의 과정을 추적하고 근거 없는 통념을 바로잡는다. 한국의 위상 변화에 따라 소멸하거나 퍼져나간 어휘들도 소개한다.

언어학 관점에서 발견하는 역사적 사건들이 흥미롭다. 어휘의 생성과 변화를 통해 그 시대 선조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신선한 경험도 선사한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