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대 경기지표인 고용과 소비가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

美 고용 줄었다더니…실업수당 청구 16개월 만에 최저
17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지난달 미국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추정치(0.4%)를 웃돌았다. 지난해 11월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0.1% 감소할 것이란 시장 추정을 뒤엎고 0.3% 늘어났다.

소매판매는 서비스를 제외한 상품 판매 실적을 주로 집계하는 통계로 소비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증가한 것은 11월 블랙프라이데이와 12월 크리스마스 및 연말 시즌을 맞아 미국인들이 예상보다 지갑을 더 많이 열었기 때문으로 WSJ는 분석했다.

로버트 프릭 해군연방신용조합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수개월 전만 해도 강한 소비가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많았지만 인플레이션 완화 등으로 구매력이 강해지면서 연말 쇼핑액이 추정치를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당시 쌓인 초과 저축(통상적인 수준보다 많은 저축)이 여전히 소비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Fed)에 따르면 미국의 초과 저축은 2021년 3분기 2조3000억달러(약 3000조원)로 고점을 찍은 뒤 소비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한 소비는 Fed의 경기동향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도 확인된다. 이날 Fed는 1월 베이지북에서 “대부분 지역의 소비자가 기대치를 충족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고용에 대한 평가는 달랐다. Fed는 베이지북을 통해 “거의 모든 지역에서 노동시장이 냉각되고 있다는 신호를 하나 이상씩 언급했다”고 전했다. 구직 대기자 증가, 이직률 하락, 기업의 선별적 채용 확대, 임금 상승 압력 완화 등을 구체적 예시로 꼽았다. Fed는 이어 “미국 전역에서 제조업 활동이 줄어들고 많은 지역의 기업이 내년에도 임금 상승 압력이 둔화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언급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미국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지급된 보너스가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임금 상승폭이 작아지고 보너스가 감소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약화하면 소비도 부진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미 신용카드 연체율이 치솟는 추세다. 필라델피아연방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전체 카드 결제액 중 약 3.2%가 최소 30일 이상 연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데이터 집계를 시작한 후 최고치다.

반면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1월 7~13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한 주 전보다 1만6000건 줄어든 18만7000건으로 집계됐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WSJ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20만7000건보다 2만 건 적은 수치로, 2022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실업수당 청구가 감소한 것은 고용시장이 견조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