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한 이후 국내 시장에 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11일 아침(한국시간) 국내 증권사들은 블랙록 아크인베스트 등 미국 자산운용사의 ETF를 국내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에 금융위원회가 불허 방침을 밝히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금융위는 나아가 현재 거래되고 있는 비트코인 선물 ETF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은 현물 ETF 판매는 물론 선물 ETF 거래조차 중단 논의에 들어갔다.

금융위가 비트코인 ETF에 대해 사실상 거래 금지 방침을 내놓은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현행 자본시장법상 거래 가능한 기초자산에 포함돼 있지 않다. 또한 가상자산은 내재 가치를 제대로 규명할 수 없다는 근본적 약점을 안고 있다. 자산가치 측정 배후인 블록체인 산업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SEC가 가상자산 자체의 제도권 시장 편입은 허용하지 않으면서 ETF는 승인해준 배경은 짚어볼 만하다. 우선은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가상자산 ETF 불허에 대해 재검토하라고 했다. SEC는 또 자산운용사들이 ETF를 만들면 가상자산 거래의 위험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비트코인과 주식 채권 등 전통적 투자자산을 섞는 혼합형 상품도 개발이 가능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조차 “비트코인은 확실히 하나의 투자재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했다. 과세당국도 내년부터 가상자산 매매차익에 세금을 매기겠다고 예고해 놓은 상태다. 비트코인이 이미 폭넓게 거래되는 마당에 일반 투자자 입장에선 ‘코인거래소 허용’과 ‘증권거래소 불허’의 불일치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세계 최대 시장이 비트코인 ETF 거래를 양성화한 만큼 적절한 수준의 의견 수렴과 실무적 검토가 필요하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일이 아니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새로운 가이드라인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