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부터 은행과 증권사들은 자신들이 파는 주가연계증권(ELS) 등 각종 투자성 금융상품에 위험등급을 매겨야 한다. 기존엔 상품을 만드는 운용사가 등급을 정하면 판매사가 이를 가져다 쓰는 구조였다. 하지만 “복잡한 위험상품을 판매해놓고 나 몰라라 한다”는 비판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판매사에 상품의 위험 정도를 제대로 따져보게 하고, 향후 상품에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펀드·ELS 등 원금 손실형 상품…판매사가 자체 위험등급 매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금융투자협회는 각 증권사·운용사·은행 등에 투자성 상품 위험등급에 관한 표준투자 권유준칙을 3월부터 시행한다고 알렸다. 이 준칙은 은행과 증권사 등이 판매하는 투자상품마다 기초자산 변동성, 최대 원금 손실 가능성, 환매 용이성, 상품 구조 복잡성 등을 자체적으로 따져 위험등급을 정해 알리라는 게 골자다. ELS를 비롯해 펀드·파생결합증권(DLS)·변액보험·채권 등 사실상 모든 투자성 금융상품에 적용된다.

이 준칙은 원래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펀드 사태 등이 불거지자 판매사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초 도입을 결정했다. 하지만 공모펀드 등급 구간 등 적용 투자상품마다 상세 가이드라인 확정이 길어지면서 시행이 약 반 년 지연됐다.

일각에선 이번 준칙이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 판매사는 기존대로 운용사의 등급을 가져다 쓸 방침이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소수 대형증권사 정도만 외부 평가사 등을 통해 운용사가 정한 등급을 별도 검증하겠다는 분위기”라며 “판매사가 투자상품의 위험 등급을 따지려면 먼저 각 운용사로부터 온갖 기반 데이터와 등급 산출법 등을 확보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