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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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금융자산을 10억원 넘게 보유한 부자가 45만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내년 매력적인 금융자산 투자처로 예·적금과 주식을 꼽았다. 금리가 고점이라고 판단하면 채권 투자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술품을 보유·투자하는 부자가 늘어나고 있어 예술품 판매 시장 규모도 커질 전망이다.

◆주식·채권 약세에 부자 증가 ‘주춤’

17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는 45만6000명, 전체 인구의 0.89%로 추정됐다. 전년보다 7.5% 늘었지만 증가폭은 2019년(9.6%) 후 가장 작았다. 총 금융자산(2747조원)도 1년 새 4.7%(136조원) 감소했다. 금리 상승으로 주식·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부자들의 금융자산도 뒷걸음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자산 10억 넘는 부자 45만명…"내년 예금·주식 확대"
부자 10명 중 9명(41만6000명)은 1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자산가’였다. 금융자산이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인 ‘고자산가’는 6.9%(3만2000명), 30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초고자산가’는 1.9%(9000명)였다. 부자의 70.6%는 서울 등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고,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종로구 용산구에 이어 초고가 주상복합단지가 몰린 성수동이 포함된 성동구가 부촌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부자 가구의 총소득에서 생활비와 세금, 3대 사회보험료(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를 제외한 소득 잉여자금은 연평균 8825만원으로, 월 700만원 이상을 저축할 수 있는 규모였다.

부자의 자산 중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율은 56.2%, 37.9%로 집계됐다. 일반 가구의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율(80.2%, 15.6%)에 비해 부자들의 금융자산 비중이 2.4배 높았다.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2022년(부동산 56.5%, 금융 38.5%)에 비해 부동산 비중이 낮아졌다.

◆“6000만~1억원 미술품 구매 의향”

부자들은 내년 예·적금(24%)과 주식 투자(21.0%)를 늘리려는 의향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큰 만큼 채권(5.8%)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앞으로 1년 이내 고수익 투자처로는 주식(47.8%)과 거주용 주택(46.5%)을 꼽았다. 안전자산인 금·보석(31.8%)과 거주용 외 주택(31.0%)도 유망하다고 답했다. 3년 이상 장기 유망 투자처도 단기와 마찬가지로 거주용 주택(44.3%), 주식(44.0%), 금·보석(32.0%) 순이었다. 금·보석 선호도는 2022년(26.8%)에 비해 상승했다. 주식 투자의 경우 기간은 1~3년 미만, 수익률은 연 24% 수준을 기대했다.

미술품 투자에 대한 부자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부자 10명 중 3명(30.6%)은 ‘미술품 투자를 한 적이 있거나 현재 미술품을 보유·투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2022년(25.4%)에 비해 5.2%포인트 증가했다. 작품당 최대 지급 의향 금액도 ‘6000만~1억원 미만’이 24.2%로 가장 많았다. 작년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인 ‘1000만~3000만원 미만’(27.3%)과 비교해 액수가 세 배 이상 늘었다.

아트바젤·스위스연방은행(UBS)의 ‘2023년 미술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미술시장 규모는 678억달러(약 89조1000억원)로, 한국은 1%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이 보고서 통계에 잡혔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