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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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진학을 위한 사교육 열풍은 남한과 북한 가를 게 없는 모양새다. 북한에도 실력이 좋기로 소문나 학생이 몰리는 이른바 '일타강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모든 인민이 차별 없이 교육받을 수 있다며 평등 교육을 지향하지만, 시장을 경험한 장마당 세대를 중심으로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과 같은 명문대에 들어가야 성공에 가까워진다는 인식이 커진 영향이다.

16일 숭실평화통일연구원 함승수 연구위원이 연구원의 동계 국내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북한 사교육 시장과 교육 불평등 현상'에는 이러한 북한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증언들이 담겼다.

함 연구위원은 국제민주연구소(NDI)가 보유한 탈북민 자료와 교원·학생 출신 탈북민들의 증언을 교차 분석해 평양을 중심으로 사교육 시장이 어떤 모습을 띠고 있는지 분석했다.

북한에서 사교육 공급자는 박한 월급을 받는 학교 교사가 많은 편이고, 사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강사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대학생, 대학 교수 역시 사교육 시장에 뛰어들기도 한다.

원산 제1중학교, 평양이과대학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탈북민 A씨는 "어려서부터 사교육을 받았다"며 "처음에는 쌀을 드렸으나 나중에는 한 달에 30만원을 드렸다"고 밝혔다. 장마당 환율이 들쑥날쑥하지만 1달러당 8000원대로 알려진 최근 평양 장마당 환율로 계산해보면 과외 교사에게 월급으로 미화 38달러 정도를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작년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107달러로, 과외 교사가 학생 3명을 가르치면 한 달 치 평균 소득(92달러) 이상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A씨는 "권력은 있는데 공부를 못하는 자녀들을 제1중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암암리에 과외받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나도 제1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과외를 받았다"고 전했다. 제1중학교는 과학기술 분야 수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1984년 평양에 처음 문을 열었고, 1999년 전국 시·군·구역에 1개교씩 만들도록 했다.

북한에서 사교육은 원칙적으로 금지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회가 있다면 박봉의 교사가 이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2001∼2013년 평양에서 교편을 잡았다는 탈북민 B씨는 교사 월급이 겨우 쌀 0.5㎏ 정도를 살 수 있는 수준이어서 이것만으로는 일상생활 유지가 불가능했다고 털어놨다.

사교육이 이뤄지는 장소는 대부분 학생이나 교사의 집인데, 실력이 출중한 교사가 멀리서 살면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가까운 곳에 집을 마련해준다는 목격담도 있었다.

다른 도시에 살면서 과외를 받으려고 평양으로 오는 경우도 있었고 한국의 '일타강사'처럼 인기가 많은 과외수업에는 인원 제한이 있어 등록을 서둘러야 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