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자, 더불어민주당에 비상등에 켜졌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친명·비명을 가리지 않고 이 전 대표의 행보를 비판했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사이였던 이들까지 "이 전 대표를 말리고 싶다"고 했다.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행보를 가장 거세게 비판하고 있는 의원은 친명계인 김민석 의원이다. 이 전 대표를 겨냥해 '전형적 사쿠라'라며 비난한 김 의원은 14일에도 "이낙연 신당은 원칙과 정체성의 일탈이어서 사쿠라 신당이라 부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칙과 상식' 등 당내 비주류와 소통하되, 선을 넘은 이낙연 신당론에는 명확히 선을 긋자"며 당의 원칙과 정체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 '혁신계'를 자처하는 비명계 의원들 역시 '이낙연 신당'에는 거리를 뒀다. '원칙과 상식'의 이원욱 의원은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낙연 전 대표께서 숨 고르기가 필요한 숨 고르기 없이 갑자기 링에 뛰어들어 막 100미터(m)를 질주하고 계시는 것 같다"며 "많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신당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적 공감대를 어떻게 얻어내고 당내의 공감대를 어떻게 얻어낼 것이냐고 하는 게 선제적 조건"이라며 "혼자 마음이 급해서 그런지 막 이렇게 질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좀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저희랑 무관하게 진행하고 계시는 것"이라며 "왜 저렇게 서두르지"라고 반문했다.

조 의원은 "호남 지역구 의원들과 과거 NY계 의원 중 좋게 말씀하시는 분이 별로 없다"며 "주당을 어떻게든 좀 고쳐보자"고 강조했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이들도 이 전 대표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친문(친문재인)' 인사인 윤건영 의원은 MBC 라디오에 나와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그렇고 민주당을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며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은 그런 심정"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 9단'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재명 대표를 향해 "이 전 대표 집으로라도 찾아가서 툭 터놓고 창당을 만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정몽준 의원 집으로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며 "문 앞에서 기다리는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본 국민이 감동해서 지지했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이 전 대표에게도 "총선승리, 정권교체의 기회를 망치지 말고 이재명 대표와 대화하라"며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이 아니라 이 대표와 손잡고 윤석열 독주 정권에 투쟁해야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