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의 랜드마크vs랜드마크] 카페 '스멜츠'와 병산서원 '만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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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랜드마크vs랜드마크] 카페 '스멜츠'와 병산서원 '만대루'](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07.32521501.1.jpg)
그러나 뒷산의 경치는 평범한 우리 동네 뒷산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여기에 사람들을 이끌어낼 스멜츠만의 비법이 적용됐다. ‘ㄱ’자 벽면의 모퉁이 양쪽 면에 야외 조명등을 설치해 바깥 경치를 주목할 수 있게 했다. 그것도 ‘ㄱ’자의 한쪽은 따뜻한 노란색 등으로, 한쪽은 차가운 백색 등으로 했다. 두 개의 다른 조명은 똑같은 야외 경관을 두 개의 다른 화면으로 보이게 한다. 뒷산에서 뻗은 나뭇가지가 스멜츠의 큰 창 바로 앞까지 조명을 받으며 팔을 내뻗음으로써 카페에 앉은 사람들은 자신이 카페에 앉아 있지만 자연 속에 내던져진, 그러나 편하고 안전한 공간 안에서 뭉클함을 간직하게 된다.
자연 속에 내던져진 듯한 공간

스멜츠의 창밖 경치를 보고 있으면 ‘푸른 절벽은 저녁 무렵 마주 대할 만하다’는 두보의 시구에서 따왔다는 경북 안동 하회마을 병산서원의 강당 만대루가 연상된다. 두 곳을 모두 가본 적이 있는 사람은 스멜츠를 얘기하다가 왜 만대루를 얘기하는지 금방 이해할 것이다.
절제된 건축으로 외부 경관 살려

병산도 그다지 아름다운 산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뒷산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도 왜 만대루에 서면 그 경치에 놀라게 될까? 왜 스멜츠에서 보는 뒷산이 그렇게 인상 깊은 것일까? 마치 액자 속에 있는 그림을 두고 왜 그 그림이 아름답냐고 질문하는 것과 같다. 화가의 뜻과 구도, 기법들이 그림에 녹아 있듯 창 프레임으로 묶인 자연경관은 프레임을 만들어낸 건축가의 의도와 의미 속에 잠재해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유리창이나 액자 프레임을 통해 세상의 많은 것을 보지만, 정말 그것들이 스멜츠나 만대루에서처럼 대할 만한 정도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많은 카페가 생겨나고 있지만 대부분 외부 경관을 끌어오기보다는 내부 인테리어에 초점을 두고 디자인된다. 외부 경관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컨트롤할 수 없는 ‘한계’로 인식된다. 그러나 스멜츠와 만대루는 그저 그런 외부 경치를 아주 작은 건축적 수법을 적용해 건물의 의미보다 더 큰 의미로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사람들이 스멜츠와 만대루에 놀라는 이유는 자연의 멋이 인위적 인테리어 효과보다 강하고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재훈 단국대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