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트럼프를 원하는 이유
당시 사회 분위기를 포착해 선거운동의 방향을 정한 대통령 후보들은 보통 승리한다. 존 F 케네디는 1960년 대선에서 역동적인 리더십을 강조했다. 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경험한 기성세대는 당시 안정적인 사회 분위기에 만족했지만, 젊은 미국인들은 정체된 상태라고 불만스러워하고 있었다. 이런 젊은 세대를 공략한 결과 케네디는 부통령까지 지낸 리처드 닉슨 당시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24년 뒤인 1984년 재선에 도전한 로널드 레이건은 미국의 정치 역사상 최고 성공작으로 꼽히는 대선 광고를 공개했다. 광고는 레이건 집권 1기에 미국의 일자리가 늘고, 물가가 안정됐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러고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시절인) 4년 전으로 돌아가길 원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마무리했다.

시대의 요구 읽는 후보가 승리

레이건의 전임인 카터 집권 시절에는 주이란 미국대사관 인질 사건이 발생했고, 물가가 고공행진했다. 케네디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레이건은 평온한 일상을 누리길 원하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읽어냈다.

반면 휴버트 험프리 당시 부통령은 1968년 행복과 기쁨의 정치를 실현하겠다며 대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정치 평론가들은 당시 시대 상황이 행복이나 기쁨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평가했다. 흑인 인권 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목사가 그해 암살당했고, 베트남 전쟁에 미군 수백만 명이 파병된 가운데, 자국에서는 반전운동이 일어났다. 미국이 누리던 경제 호황도 끝나가는 시점이었다.

현재 미국은 어떤가.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66%가 현재 국가가 통제 불능 상태라고 답했다. 미국인들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자신의 미래 재정 상태를 통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두려워하는 듯하다. 범죄율이 상승하면서 정부가 치안을 유지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다는 불안감도 퍼졌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63%가 범죄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는데 이 수치는 사상 최고치다.

트럼프, 강한 리더십 강조한다면

펜타닐과 같은 위험한 마약이 거침없이 퍼지고 있다. 약물 과다 복용에 따른 사망자 수는 2015년 5만2000여 명에서 2021년에는 10만 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펜타닐 제조에 쓰이는 중국산 전구체 유입을 막으려는 시도는 제한적 성공에 그쳤다. 국제 정세도 불안정해 미국이 여러모로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느낌이 강해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대중은 통제력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할 준비가 된 강력한 지도자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강한 지도자로 보는 유권자는 38%에 불과하다. 55%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력한 리더라고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한 리더십을 부각하는 대선 캠페인을 준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24년 미국 대선 결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에 안도감을 느끼는 유권자와 공포스러워하는 유권자의 비율이 좌우할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Are Americans in the Mood for More Trump?’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