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동북부 파도바 산타 주스티나 대성당에서 체케틴의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EPA, 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동북부 파도바 산타 주스티나 대성당에서 체케틴의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EPA, 연합뉴스
'먼저 졸업했다'는 이유로 전 남자친구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이탈리아 여대생 줄리아 체케틴(22)의 장례식에 1만여 명의 추모객이 몰렸다.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등에 따르면, 파도바의 산타 주스티나 대성당에서 열린 체케틴의 장례식에는 전국 각지에서 약 1만여 명의 추모객이 몰려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다.

체케틴은 명문 파도바대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대학생으로, 지난달 전 남자친구이자 학과 동기인 필리포 투레타에게 살해당했다. 투레타는 여자친구였던 체케틴이 자기보다 먼저 졸업한다는 사실에 분개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부검 결과 체케틴의 얼굴과 목 등에서 스무 군데 이상의 자상이 발견됐다. 투레타는 범행 후 독일로 도주했다가 현지 경찰에 검거된 뒤 이탈리아로 송환됐다.
지난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동북부 파도바 산타 주스티나 대성당에서 체케틴의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EPA, 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동북부 파도바 산타 주스티나 대성당에서 체케틴의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EPA, 연합뉴스/
이날 장례식은 TV로도 생중계될 만큼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성당에 들어가지 못한 추모객은 야외 스크린을 통해 장례식을 지켜봤다.

추모객들은 이번 사건은 페미사이드(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것) 범죄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페미사이드를 추방하자는 의미의 '빨간색 리본'을 옷깃에 달았다. 또 여성 폭력에 더는 침묵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종과 열쇠를 흔들기도 했다.

체케틴의 아버지는 추도사에서 "체케틴은 잔혹한 방법으로 생명을 빼앗겼지만, 체케틴의 죽음은 여성에 대한 끔찍한 재앙을 끝내는 전환점이 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체케틴이 실종된 지난달 11일부터 이탈리아 언론매체에 연일 톱뉴스로 보도되면서 여성 폭력 피해에 대한 국가적 성찰이 계기가 됐다.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탈리아에서 살해당한 여성은 107명이며, 이 중 88명은 가족이나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총리인 조르지아 멜로니 총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