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현물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21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재개하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났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대두하면서 달러화 약세가 예상돼서다. 시장 일각에서는 내년에 금값이 트로이온스당 2200달러를 넘길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금값, 2100弗 돌파…사상 최고가 경신
3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금 현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2136.36달러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 중인 2020년 8월 7일 기록한 장중 최고치인 2072.5달러였다. 이날 금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2100달러 이상으로 거래됐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2%에 그치면서 Fed의 피벗(정책 전환) 기대가 커졌다. 물가가 안정되면 Fed가 경기 침체를 일으킬 수 있는 장기간 고금리를 유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지난 1일 “통화정책이 제한적 영역에 들어섰다”고 발언한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더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해 미국 달러 가치와 국채 금리가 떨어졌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금의 실질 가격이 하락해 수요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안전자산 가운데 미국 달러 가치와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 금의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경향이 있다.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에서 전쟁이 잇따르는 등 지정학적 불안이 높아져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금값 상승 원인으로 분석된다. 비(非)서방 국가 사이에선 미국 달러화도 믿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일부 전문가는 내년에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2200달러를 넘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싱가포르 UOB은행의 왕준하오 시장전략책임자는 “달러화 가치와 금리가 내리면 내년 말 금 가격이 최대 트로이온스당 22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바트 멜렉 TD증권 상품전략 책임자는 “중앙은행의 강력한 매수세가 가격 상승의 주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2024년 2분기의 금값 평균을 2100달러로 전망한다”고 했다. 세계금협회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중앙은행의 24%가 향후 12개월 이내에 금 보유량을 늘릴 계획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12개월 연속으로 금 보유량을 확대하는 등 올 들어 전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금을 가장 많이 매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