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대 명절 '추수감사절'…'비만치료제'가 주목받는 이유
"가족들에게 비밀로 하고파"
올해 추수감사절 만찬에 비만치료제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만치료제에 대한 인식이 악화하면서 환자들이 복용 사실을 가족들에게 밝히기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추수감사절에 온 가족이 모여 칠면조 구이를 먹으며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비만약 복용자들은 바뀐 식습관이나 변한 몸무게로 가족들의 주목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식사 자리에서 이 화제가 나오면 가족 간 언성이 높아질 수도 있고, 자신이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심리학자인 메간 페트릭은 "비만약 복용 환자들은 아마도 여러분과 함께 추수감사절을 축하하고 유대감을 느끼기를 원할 것"이라며 "하지만 가족들이 권하는 음식을 거부하면 긴장감이나 어색함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만약은 워낙 고가라 가족들 입장에선 복용자들이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또 체중 감량과 날씬한 몸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다이어트 문화를 영속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워싱턴대 의과대학의 파라 나즈 칸 박사는 "개인 건강 정보는 단지 개인 정보일 뿐이므로 공개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복용 환자들이 이런 주제가 나오면 화제를 바꾸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심리학자들은 전했다.
비만약이 이처럼 사회적 논란이 된 건 미국의 비만약 복용자가 그만큼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 회사인 트릴리언트헬스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4분기에만 9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를 처방받았다. 약품 처방량은 2020년 1분기와 비교했을 때 300% 급증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모델 킴 카다시안 등 많은 유명인이 비만 치료제로 살을 뺐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실제 비만치료제 가격은 저렴하지 않다. 노보노디스크 비만약인 위고비는 한 달 투여 약값이 1350달러(약 176만원)이며,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는 1020달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만치료제를 복용하려면 연간 최소 1만달러(약 135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블룸버그는 "대부분 사람은 비만 치료제가 비싸서 살 수 없다"며 "약 주사를 중단하면 다시 체중이 늘어날 수도 있어 누군가는 남은 평생 이를 구매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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