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없이 추진하는 내용을 담은 특별법을 연내 처리하는 데 의기투합했다. 표심 앞에서 정부 동의도 거치지 않겠다는 마구잡이 폭주다. 달빛고속철도는 대구~광주를 잇는 복선 고속철도로 대구·광주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2038년 아시안게임 유치, 영호남 화합 등을 명분으로 내걸었다.

대구 출신인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8월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도 맞장구를 치면서 힘을 받았다. 지난 16일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 “연내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가시권에 들어갔다. 홍 시장은 이 자리에서 특별법이 통과되는 대로 내년 예산에 연구용역비를 반영해달라는 요구까지 했다. “국회에서 결정해버리면 기재부는 따라오게 돼 있다”며 기획재정부 역할을 부정하는 말도 곁들였다. 홍 원내대표는 한 발 더 나갔다.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설계용역 예산에 일부라도 반영해 내년에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예타 면제 여부가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내년 예산안에 반영부터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오래전부터 검토되고 추진돼온 이 사업의 경제성은 이미 낙제점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추산으로 11조원 이상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수송인구는 2035년 기준으로 주중 하루 7800명, 주말에도 9700명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행 광주~대구고속도로(하루 2만2322대, 2022년)에도 훨씬 못 미친다. 졸속으로 추진했다가는 나중에 텅텅 빈 객차만 운행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세수 펑크에 따른 긴축 재정으로 내년 예산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상황이다. 여당은 지금이라도 특별법 통과를 백지화하고 국가재정법 규정대로 예타를 먼저 진행해야 한다. 국가재정법은 총사업비 500억원, 재정지원 300억원 이상인 국책사업은 예타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