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개정안 국회 통과 후 노동계 '환영' vs 경영계 '반발'
노동장관 "일방 처리에 비통한 심정…헌법상 책임 다할 것"
노란봉투법 통과에 "노조법 제자리 찾아" vs "경영활동 위축"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노동계는 환영하고 경영계는 강력히 반발했다.

법안에 반대해온 정부가 "헌법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거부권 건의를 시사한 가운데 노동계는 개정안의 즉각 공포를, 경영계는 거부권 건의와 재검토를 각각 촉구하며 맞섰다.

◇ 노동계 '환영'…"거부권 행사 요청 중단하라"
이날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노사 관계에서 사용자와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히고, 파업 노동자 등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사용자를 원청기업 등으로 확대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손배 소송을 막는다는 취지다.

한국노총은 법안 통과 후 성명을 내고 "노동자들의 숙원 과제였던 노조법 제2조, 제3조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개정으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다단계 원·하청 관계에서 더 이상 '진짜 사장'을 찾기 위해 비상식적인 숨바꼭질을 하지 않게 됐다.

진짜 사장이 교섭함으로써 불필요한 쟁의행위와 노사갈등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쟁의행위를 한 노조와 조합원에게 무자비한 손배 가압류 폭탄으로 보복했던 악덕 관행도 개선될 것"이라며 "(손배 가압류로) 더 이상 억울하게 목숨을 버리는 노동자들이 없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논평을 통해 "노동자 권리 보장과 거리가 멀었던 노조법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20년이 걸렸다"면서 "이날 개정으로 노조법이 제자리를 찾는 중요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 20년은 원청과 교섭할 수 없어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기나긴 소송을 해야 하는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손배 가압류 압박에 삶을 등지는 동료를 떠나보내며 서로를 지키고자 분투하는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정부와 여당을 향해 "거부권 행사 요청을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민주노총도 윤석열 대통령이 개정안을 "즉각 공포하고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양대 노총은 오는 11일 서울에서 개최하는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개정안 공포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 통과에 "노조법 제자리 찾아" vs "경영활동 위축"
◇ 경제단체 '반발'…"거부권 행사·재검토 건의"
반면 경제단체들은 노란봉투법으로 "경영 활동이 위축되고 노사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일제히 반발하며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개정안은 노동조합법상 다수의 형사처벌이 존재함에도 추상적 개념으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총은 "노동쟁의 개념 확대와 손해배상 책임 제한으로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로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국내기업들의 투자뿐만 아니라 해외기업들의 직접투자에도 큰 타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란봉투법 통과에 "노조법 제자리 찾아" vs "경영활동 위축"
경총은 "이 법안이 가져올 산업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파국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이 땅에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거부권을 행사해 주길 건의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도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의 확대로 하청노조의 원청사업주에 대한 쟁의행위를 허용해 수많은 원·하청 관계로 이루어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킬 우려가 크다"며 "노동쟁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노사 간 갈등이 심화해 파업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성명을 통해 "이번 입법은 산업현장의 불법 쟁의행위를 면책함으로써 국내기업의 해외이전을 부추기고 기업경영을 더욱 위축시키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며 "근로자들의 실직과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경고했다.

경제6단체는 오는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노란봉투법'을 규탄하고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노란봉투법 통과에 "노조법 제자리 찾아" vs "경영활동 위축"
◇ 노동장관 "일방 처리 비통…헌법상 책임 다할 것"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이정식 장관도 법 통과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개정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점에 대해 노동정책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비통한 심정을 억누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실질적 지배력'이 미친다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하게 교섭을 요구하고 폭력적인 파업이 공공연해질 우려가 있고, 불법행위는 그 책임을 면제받게 될 것"이라며 "그 결과 산업현장이 초토화돼 일자리는 사라지고 국가 경쟁력은 추락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이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며 "노동조합의 불법행위까지 보호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도 헌법상 노동 3권의 보호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며,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고, 죄형법정주의에도 반하여 위헌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이 장관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한민국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거부권 건의를 시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