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첫날인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관계자가 급등한 2차전지 관련 주가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공매도 금지 첫날인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관계자가 급등한 2차전지 관련 주가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일시 금지되면서 그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던 주가 지수가 급등했다. 덕분에 많은 종목들의 주가가 올랐지만 엔씨소프트는 별다른 수혜를 보지 못했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은 쌍불장에서도 엔씨소프트 주가는 왜 이러냐며 한탄하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KRX 게임 K-뉴딜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21% 오른 595.53에 거래를 마쳤다. 해당 지수 구성종목 10개가 모두 올랐다. 특히 위메이드가 11.4% 급등했고 넷마블도 10%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KRX 게임 K-뉴딜지수는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등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한 게임주 10개 종목으로 이뤄진 테마 지수다.

국내 증시는 전날부터 시작된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를 대형 호재로 받아들이면서 급등세를 나타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5.66% 상승한 2502.37에 마감했다. 지난 9월 22일 이후 약 1개월 만에 250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장보다 7.34% 급등한 839.45로 장을 마쳤다.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사진=엔씨소프트 제공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는 0.19% 상승하는데 그쳤다. 전날 주가는 장중 약 4% 하락하기도 했으나 장 후반부 상승 전환해 가까스로 하락세를 면했다. 개인과 외국인은 엔씨소프트 주식을 각각 67억8384만원, 50억3607만원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119억4884만원 순매도했다.

네이버 엔씨소프트 종목토론실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그간 주가 하락이 공매도 탓이 아니었다며 허탈해 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다른 종목들은 다 급등하는데 엔씨소프트는 무슨 일이냐", "엔씨소프트의 주가 하락은 게임을 못 만들어서였다", "엔씨소프트는 공매도 아니라 그냥 매도였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도 엔씨소프트에 대한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3분기 영업이익은 179억원으로 컨센서스를 31.8%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데믹 이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위축되면서 엔씨소프트의 대표 모바일 게임들의 매출이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 특히 비교적 최신 출시돼 유저 락인이 약한 '리니지2M'과 '리니지W'에서 매출 감소세가 눈에 띈다. 매출 감소에도 신작 출시 및 'TL' 사전 마케팅으로 광고선전비가 전분기 대비 60% 증가한 탓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까지의 실적과 주가를 결정지을 TL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단기 주가는 신작 기대감에 의한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그러나 TL의 흥행을 가정해도 기존 모바일게임 매출 감소가 지속되고 있고 차기작의 출시 지연 가능성도 있는 만큼 본격적인 이익 회복은 2025년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쓰론앤리버티(TL)' 이미지./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쓰론앤리버티(TL)' 이미지./사진=엔씨소프트
일각에서는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의 노후화와 함께 신작 TL의 비즈니스 모델(BM)이 리니지의 이익 감소를 상쇄할 수 있을 만큼 공격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최근 TL 쇼케이스에서 다음달 7일 국내에 PC와 콘솔 플랫폼 버전의 TL을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TL은 2017년 11월 프로젝트를 최초 공개한 이후 6년만에 출시하는 신작이라 시장의 기대가 크다. 한국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에 대한 호감도가 높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성공이 글로벌 흥행의 척도가 될 것이다.

TL은 원래 글로벌 동시 출시로 기획됐으나 지난 5월 진행된 한국 유저 대상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의 부정적 반응을 고려해 아마존게임즈가 9월 글로벌 테크니컬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했다. 글로벌 유저들의 반응을 긍정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전략적 마케팅 측면에서 한국과 글로벌의 출시 시기를 다르게 결정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국내 유저들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나빠졌고 TL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만큼 지나친 과금 유도보다는 구독 개념의 배틀패스를 도입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배틀패스는 유저가 구독 기간 중 캐릭터 레벨을 올리면 약속된 아이템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확률형 아이템과 차별화된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기존 국내 소수 핵과금러 중심의 BM에서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한 규모의 경제 BM으로 변경하는 과도기에 글로벌 유저들이 MMORPG 장르와 TL의 게임성에 얼마나 호응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올해 지스타(G-STAR)에서 선보이는 최신 버전의 TL 시연 영상과 다음달 국내 정식 출시가 주가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