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경기·제주 승마시설 조사…몸 비비고 과체중·특이질환
경기도와 제주도에 있는 승마장에서 마르거나 비만 등으로 적정 체중이 아닌 말과 이상행동을 하는 말이 다수 발견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동물복지 차원에서 승마체험시설 개선과 관련법 개정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자유연대 부속 한국동물복지연구소는 26일 서울 중구 을지로 백남빌딩에서 발표회를 열고 경기도와 제주도의 승마체험시설 48곳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승마체험시설 가운데 경기도는 28곳 중 22곳(78.6%)과 제주도는 20곳 중 14곳(70.0%)에서 적정 체중을 벗어난 말들을 발견했다.

상처나 흉터, 부분탈모, 안과질환 등 맨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질병도 관찰됐다.

승마체험시설 중 경기도 5곳과 제주도 4곳에서는 말발굽에 문제가 있는 말들도 있었다.

경기도 8곳, 제주도 5곳에서는 이상행동을 하는 말도 발견됐다.

이 말들은 여물통을 물거나 사물을 핥고 몸을 흔들거나 계속 비비는 등의 비정상적 행동을 보였다.

연구소는 이런 비정상적 행동의 원인에 대해 "말을 너무 좁은 실내 공간에서 사육하는 환경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동물복지 '사각지대'에서 사육되는 말이 고통받고 있다는 취지다.

충분한 생활 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이게 쌓여 결국 비정상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장조사 결과 말이 충분히 몸을 움직일 수 있거나 말이 시각적 자극에 자연스럽게 대응할 수 있도록 머리를 내밀 수 있도록 마구간을 만든 곳이 거의 없었다.

말을 결박해 말의 행동반경을 제한하는 승마장도 다수 있었고, 말의 배설물을 장기간 방치해 말이 바닥에 누울 수 없는 곳도 있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연구소는 말의 복지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승마체험시설에 적용되는 법은 말산업 육성법과 한국마사회법인데 이들 법률은 말산업 육성과 경마 시행 등 말의 산업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생명 보호나 복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

현장 인력의 동물복지 '감수성'을 높이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연구소 이혜원 소장은 "승마장 관리 종사자를 대상으로 동물 보호·복지에 관한 사항과 말의 질병 예방에 관한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소장은 "전수조사를 통해 전국 승마체험 시설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동물복지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며 "말 전문성을 갖춘 기관을 선정해 학대에 대응하고 학대 방지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