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기선 HD현대 사장, 내년 美CES 기조연설
정기선 HD현대 사장(사진)이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쇼 ‘CES 2024’의 기조연설 무대에 선다. CES 기조연설 무대는 참가 업체 중 새로운 산업 트렌드를 제시하고 이끌어갈 기업의 대표가 오른다. 이번 CES에선 HD현대를 포함해 글로벌 뷰티 기업 로레알, 유통기업 월마트, 나스닥, 독일 엔지니어링 기업 지멘스 등의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자로 정해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CES 2024 기조연설을 통해 로봇, 디지털 전환, 친환경 선박, 수소 등 미래 기술에 관해 소개할 예정이다. 전통 산업에 미래 기술을 접목한 결과를 토대로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HD현대는 이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발표 내용을 마련하고 있다. 정 사장은 CES 기조연설을 통해 글로벌 무대에 본격 등장한다.

정 사장은 올초 ‘CES 2023’에 참여해 부스에서 자율운항을 중심으로 한 해양 모빌리티 기술에 대해 발표했다. 당시엔 한국 기업과 매체의 관심을 중점적으로 받았지만, 이번엔 글로벌 미디어와 전 세계 기업의 시선을 한몸에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1위 조선사인 HD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해 건설기계 기업인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 전력기기 기업 HD현대일렉트릭, 로봇 기업 HD현대로보틱스 등도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CES 기조연설은 기존엔 정보기술(IT), 모빌리티 등 산업 변혁의 선두에 선 기업 CEO가 맡아왔다. 내년 행사에선 각 분야에서 수십 년간 입지를 쌓은 전통 기업이 중심이 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 사장은 이번 CES에 참가하는 다양한 기업의 CEO와 만나 사업 협력 방안도 논의한다. 기조연설을 통해 주목도가 높아지면 협력을 원하는 기업도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는 디지털과 친환경을 그룹의 향후 50년을 이끌 분야로 여기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정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경제사절단으로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해외 영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2일 HD현대일렉트릭이 사우디 송·변전 건설 기업 알지하드와 670억원 규모의 전력기기 공급 계약을 맺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수주 및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가 중동에서 쌓은 네트워크가 기반이 됐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정 사장의 행보에 대해 권오갑 회장 이후 차기 그룹 경영을 맡기 위해 기반을 다지는 움직임이란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조선 사업뿐 아니라 건설기계, 전력기기, 로봇 등 관련 계열사가 전반적으로 선전하고 있어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며 “앞으로 공식 석상에 더 자주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김재후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