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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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9일(현지시간) 열린 뉴욕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11월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하면서도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007년 7월 이후 처음으로 5%를 돌파했다.

○“국채 금리 상승으로 금융 긴축”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불확실성과 위험,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감안해 (기준금리 인상을)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발표되는 데이터와 진화하는 전망, 위험 등을 기반으로 제한적인 수준의 정책을 얼마나 유지할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최근 Fed 인사들이 언급했던 장기 국채금리 급등세가 기준금리 인상을 대체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동조했다. 그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채권 금리 상승으로 금융 여건이 긴축되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의 요점이 금융 긴축”이라고 말했다.

WSJ과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파월 의장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사실상 확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9일 Fed가 11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9.6%로, 인상 가능성은 0%였다. 12월 동결 가능성도 69.9%로 전일(60.8%)보다 올라갔다.

미국 경제 리서치 업체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의 로라 로스너 파트너는 “파월은 11월에는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며 “그는 4분기에 경제가 냉각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채권 금리가 일부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분쟁을 “경제에 대한 새로운 지정학적 위험”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美 경제, 아직 호조

그러나 추가 긴축 가능성도 여전히 암시했다. 파월 의장은 “어쨌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으며, 최근 몇 달 간의 좋은 데이터는 인플레이션의 하락세가 지속 가능하다는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가 추세를 넘는 성장세를 보이거나 노동시장이 더 둔화되지 않으면 추가적인 통화 긴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WSJ은 “파월 의장이 지난 8월 연설처럼 향후 긴축 여부를 설명할 때 ‘할 것이다(would)’는 표현보다 약한 ‘할 수 있다(could)’를 두 번 사용했다”며 파월 의장이 이전보다 비둘기파적인 어조를 보였다고 시사했다.

최근 발표된 미 경제 데이터들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9월 미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증가해 월가 예상치(0.3%)보다 크게 높았다. 19일 발표된 지난주(8∼1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만8000건으로 약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파월 의장은 이를 두고 “금리가 충분히 오랫동안 높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높은 수준의 금리를 장기간(higher for longer)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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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0년 국채 금리 5% 돌파

이날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20일 이후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5.001%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스프링글로벌인베스트먼트의 노아 와이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파월 의장의 오늘 발언이 채권 금리 5%를 기록한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월 의장은 강력한 경제 성장 데이터와 소매 판매 수치를 강조했고, 장기간 고금리 기조를 선호한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