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헌 中
“제80조(부패연루자에 대한 제재) ①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개정 2020.8.28.>

③제1항에도 불구하고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 <개정 2022.8.26.>”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이 또다시 제기됐다.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정지를 규정한 민주당 당헌 제80조가 연이어 이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검찰에 기소된 이 대표의 직무 정지는 '필수'일까 '선택'일까. 법조인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20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유튜브 채널 ‘백브리핑’을 운영하는 백광현 씨는 지난 18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 이 대표를 상대로 당 대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날 신청서엔 백 씨를 비롯해 민주당 권리당원 2200여명이 이름을 올렸다. 백 씨는 신청서에서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적 보호를 위해 당헌을 위배하거나 왜곡해서 당 대표 지위를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 씨가 이 대표를 상대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지난 3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모두 검찰의 기소에 따른 것이지만, 이 대표의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는 이유는 지난번과 다르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백 씨는 “기소에 대해 정치탄압에 해당하는 취지의 당무위원회 의결도 없었으므로 당 대표 직무가 정지돼야 한다”고 했다. 지난 3월 가처분 신청 당시 “대장동 혐의는 개인 비리이므로 정치 탄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과거 당무위 의결을 거쳤다는 자체가 필수라는 뜻""쉼표(,) 여부가 중요" 의견도

A 변호사는 '선택'으로 봤다. 제1항의 마지막 부분이 '요청할 수 있다'라고 서술된 점에 미뤄볼 때 명시적으로 직무정지를 결정할 재량권을 인정했다는 설명이다. '기소와 동시에'라는 부분은 직무 정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시점을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제3항은 사무총장의 결정을 정정할 수 있는 별도의 절차를 정해놓은 것이란 입장이다.

B 변호사는 '필수'라는 의견이다. 기소된 이후에 사무총장이 어떤 시기를 정해서 직무를 정지시킨다는 것은 법 규정에도 맞지 않고, 기소라는 객관적인 사실을 사무총장이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셈이 돼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B 변호사는 당헌 제80조를 "기소와 동시에 당직자의 사무는 자동으로 정지되지만 이와 별개로 당 내부에서 행정적으로 직무를 정지시키는 업무를 할 사람이 필요할 텐데, 그 사람이 바로 사무총장이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C 판사는 법 규정상 해석이 나뉠 수 있다면서도 과거 선례에 주목했다. 지난 3월 이 대표가 기소됐을 당시 민주당 당무위원회가 이 대표의 직무정지를 막기 위해 ‘정치 탄압’에 해당한다고 의결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C 판사는 "당 내부에서도 당직자가 기소되면 그의 직무가 자동으로 정지된다고 해석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색적인 주장도 나왔다. ‘쉼표’(,)가 들어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 “기소하여야 하며, ~” 이면 직무 정지를 필수로, “기소하여야 하며~”로 연결되면 선택으로 봐야 한다는 것. 이 주장에 따르면 직무정지는 선택사항이다.

이재명 대표, 당무 복귀해도 효력 없나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스1
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中
③ 국토해양부장관 또는 시ㆍ도지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자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제50조에 따른 보조금 또는 융자금을 받은 경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자에게 보조금 또는 융자금을 반환할 것을 명하여야 하며, 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자가 이에 따르지 아니하면 국세 또는 지방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보조금 또는 융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대법원의 판단은 어떨까.

대법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사례가 있다. 대법원은 2013년 유사한 사건을 심리했다. 마을버스 운수업자가 유류 사용량을 실제 사용량보다 부풀려 유가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데 대해 관할 시장이 부정수급 기간에 지급된 유가보조금 전액을 회수하는 처분을 한 사안이다. 당시 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51조 제3항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법원은 당시 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51조 제3항을 ‘정상적으로 지급받은 보조금’까지 반환하도록 명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고, 환수처분이 기속행위라고 본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조문의 전단인 반환 명령이 필수 규정이라고 암묵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단 완전히 동일한 조문은 아닌만큼 대법원의 판단을 똑같이 이 대표의 사례에 적용할 수는 없다.

이 대표는 오는 23일 당무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일 이 대표가 검찰의 기소에 따라 자동으로 직무정지된 상태라면 당분간 당대표로서 한 행동은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