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로보틱스는 최근 사족 보행 로봇 개 ‘유니트리 고2’를 대당 1600달러(약 216만원·최저 사양 기준)에 출시했다. 로봇 개의 대명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내놓은 스팟 소매가(7만4000달러)의 46분의 1에 불과하다.

로봇개 216만원, 휴머노이드 2000만원…일상이 된 로봇산업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이르면 2년 안에 대당 2만달러에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이 최소 15만달러(약 2억원) 안팎에 팔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전기차를 500만 대 제조한 테슬라의 생산 능력이 뒷받침되면 로봇 대량 생산도 꿈이 아니라는 평가다. 기술과 수익성에서 한계를 돌파하면서 로봇산업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로봇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앞당긴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제조기업은 숙련공 인력난을 절감했다.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상쇄하고,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도 로봇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휴머노이드에 앞서 당장 작업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산업용 로봇 수요가 폭증한 배경이다. 시장조사업체 인사이트파트너스는 2020년 105억달러이던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이 지난해 149억달러로 급증한 데 이어 2030년 305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용 로봇 중에서도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이 협동 로봇이다. 사람의 접근이 금지된 안전 펜스 안에서 단순 반복 작업을 하는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과 달리 사람과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로봇이다. 좁은 공간에 설치하기 쉽고 세밀한 작업도 함께할 수 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은 협동 로봇 성장세가 가파르다. 두산로보틱스 HD현대로보틱스 LG전자 한화로보틱스 등 협동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드라이브를 거는 국내 기업도 속속 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협동 로봇은 공정 유연화, 자율화, 지능화라는 제조업 패러다임에 적합하다”며 “생산성 증대, 경제 성장을 이끌 효과적인 대응책이기 때문에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글 엔비디아 인텔 등 글로벌 테크기업들이 로봇을 위한 인공지능(AI) 모델, 시뮬레이터, 합성 데이터 등 소프트웨어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로봇산업이 또 한 번 ‘퀀텀 점프’할 것이란 기대가 무르익고 있다.

엔비디아는 2017년 로봇 자율 시뮬레이터 아이작을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로봇의 AI 훈련을 위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아이작은 로봇이 현실 세계 조건과 물리 법칙이 구현된 가상 환경에서 실제보다 1만 배 이상 빠르게 다양한 샘플을 모의 학습할 수 있게 해준다. 로봇의 AI 신경망 훈련에 필요한 막대한 데이터를 시뮬레이션해 만드는 합성 데이터 생성 엔진인 옴니버스리플리케이터도 개발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현실에서 41년 동안 얻어야 할 데이터를 32시간 만에 생성·학습시킬 수 있다.

로봇 수요 급증과 기술 발전이 맞물려 생산 단가가 급속히 떨어지면서 로봇공학의 주도권은 대학·연구소에서 민간 기업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내년 말 미국 스타트업 앱트로닉이 출시할 범용 휴머노이드 아폴로는 5만달러 수준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로서의 효용성이 높아지면서 로봇이 산업적으로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