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관련 기술을 개발한 커털린 커리코(68)·드루 와이스먼(64)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의 백신 개발로 이어져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팬데믹 극복 기여한 mRNA 백신 연구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커리코 교수와 와이스먼 교수에게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여한다고 2일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핵산(뉴클레오시드) 관련 기술을 개발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mRNA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했다.커리코 교수는 지난해까지 바이오엔테크 수석부사장을 지냈다. 이후 학계로 돌아가 헝가리 세게드대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mRNA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부터 꾸준히 노벨생리의학상 후보로 거론됐다. 2021년 실리콘밸리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브레이크스루상, 미국판 노벨생리의학상으로 통하는 래스커상 등을 받았다.커리코 교수가 mRNA 연구를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1955년 헝가리의 가난한 정육점집 딸로 태어난 그는 과학자의 꿈을 꾸며 세게드대에서 mRNA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1985년 정부 지원금이 끊기면서 미국 이민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그가 가진 현금은 1000달러 남짓에 불과했다. 미국에서도 mRNA는 ‘돈이 되지 않는다’며 환영받지 못하던 기술이었다. 그는 연구를 위해 수시로 대학을 옮겨야 했다.커리코 교수가 보유한 기술의 가능성을 알아본 것은 1998년 펜실베이니아대에 근무하던 와이스먼 교수였다. “mRNA를 활용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백신을 만들겠다”는 커리코 교수의 계획을 들은 와이스먼 교수는 공동 연구를 제안했다.이후 이들은 mRNA 치료제의 염증 반응을 없애는 기술을 함께 개발했다. 이전까지 가능성의 영역에만 머물던 mRNA를 사람에게 투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기술이다. 배성만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mRNA는 불안정하고 강한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켜 활용에 제약이 컸다”며 “이들은 뉴클레오시드를 변형해 면역반응을 피하고 안정성을 높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암 백신 등으로 활용 확대이들의 기술은 2020년 말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으로 처음 상용화됐다. mRNA 백신 시대가 열린 뒤 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는 후속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독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다양한 감염병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암 극복에도 활용되고 있다. 바이오엔테크는 췌장암, 모더나는 악성 피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일부 효과를 확인했다.mRNA 백신은 바이러스 등 항원만 확인하면 3주 안에 백신을 만들 수 있다. 단백질 등을 활용하는 기존 백신은 개발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변이가 많은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를 빨리 투여해야 하는 암 환자 등에게 mRNA 기술이 유용할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상금은 1100만크로나(약 13억6000만원)다. 두 명의 수상자가 절반씩 받는다.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3일 물리학상, 4일 화학상, 5일 문학상, 6일 평화상, 9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된다.이지현/이영애 기자 bluesky@hankyung.com
유한양행의 폐암 표적항암제 ‘렉라자’가 글로벌 블록버스터 목표에 한발 더 다가갔다. 미국 제약사 얀센이 항암제 ‘리브레반트’와 렉라자를 함께 활용한 ‘마리포사’ 임상시험에서 성공적 결과를 확인하면서다.2일 업계에 따르면 존슨앤드존슨 제약부문 자회사 얀센은 최근 마리포사 3상 시험에서 목표로 삼았던 1차 평가지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특정 유전자(EGFR) 변이가 있는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임상시험은 렉라자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핵심 연구로 꼽혔다. 유한양행이 2018년 얀센과 맺은 최대 1조40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이번 임상시험은 폐암의 한 종류인 비소세포 폐암으로 진단받았지만 다른 약을 쓴 적이 없는 환자 107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얀센은 리브레반트와 렉라자를 함께 투여하면 기존 치료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만 투여할 때보다 암 진행 속도를 늦춰 무진행생존기간(PFS)이 길어진다는 것을 입증했다. 새 치료법이 환자들의 생존기간(OS)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확인했다. 구체적 수치는 스페인에서 열리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23일(현지시간) 오후 발표된다.얀센이 임상 3상시험에 성공하면서 시판 일정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내년 말이나 2025년께 출시하는 게 목표다.이들에 앞서 출시된 타그리소의 지난해 매출은 54억달러(약 7조3000억원)다. 얀센은 2021년 리브레반트를 선보였지만 허가 범위가 작아 EGFR 변이 환자의 10% 정도에게만 쓸 수 있었다. 렉라자와 함께 투여하면 활용 가능한 환자가 85% 이상으로 증가한다.후발 주자인 리브레반트와 렉라자의 시장성은 효과에 따라 갈릴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봤다. 기존 치료제보다 PFS 등을 얼마나 연장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는 의미다. 타그리소를 복용한 폐암 환자의 PFS는 18.9개월이다. 타그리소와 화학항암제를 함께 투여했을 땐 25.5개월로 조사됐다. 렉라자만 투여한 환자의 PFS는 20.6개월이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국내 대기업과 바이오기업들이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공장 증설이 잇따르고 있다.2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의약품 CDMO 기업인 SK팜테코, CJ그룹이 인수한 네덜란드 CDMO기업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 차바이오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차바이오텍 등은 각각 미국, 유럽, 한국 등에서 2025~2026년 가동을 목표로 세계적인 규모의 시설을 짓고 있다.CGT는 1세대 생물학적 제제·단백질 치료제, 2세대 항체의약품에 이은 3세대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이다. 유전 결함으로 발병하는 희귀 질환을 1~2회 유전자 주입으로 완치하는 개인 맞춤형 치료제다. 희귀병인 척수성 근육 위축증 치료제인 졸겐스마,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세포 암 치료제인 킴리아와 예스카타 등이 대표적인 CGT다.미국과 유럽 등에서 임상 개발 중인 바이오 의약품의 절반이 CGT일 정도로 미래 바이오 먹거리로 꼽힌다.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74.7억 달러(약 10조원)에서 2026년 약 555.9억 달러(약 74조원)로 연평균 49%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이벨류에이트파마)된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생산을 CDMO업체에 맡기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SK팜테코는 미국과 유럽에서 공장 증설이 진행됐다. 먼저 최근 경영권을 인수한 미국 CGT CDMO업체 CBM에서 단일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6만5000㎡급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2024년엔 세포치료제와 CGT 원료인 플라스미드 생산시설이 구축되고 2026년 모든 시설이 완공될 예정이다.SK팜테코 관계자는 “바이럴 벡터, 플라스미드 등 CGT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한곳에서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은 이곳이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말했다.SK팜테코는 2021년 인수한 프랑스 CGT CDMO업체인 이포스케시의 제2공장이 지난 6월 완공되면서 유럽 최대 수준(1만㎡)의 시설도 갖췄다. CJ그룹은 CJ제일제당을 통해 2021년 인수한 네덜란드의 CGT CDMO업체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가 신규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축구장 2배(1만2000㎡) 규모의 공장을 내년말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2024년 본가동이 되면, 백신은 물론 바이러스 벡터 기반의 유전자 치료제와 면역항암제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차바이오텍은 한국과 미국에서 CDMO 공장 증설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3월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연면적 6만 6115㎡규모로 착공한 첨단바이오시설 ‘셀진바이오뱅크(CGB)’가 내년말 완공될 예정이다. CGT, mRNA, 바이럴벡터(인체에 치료용 유전자를 주입하는 바이러스 전달체), 플라스미드 DNA를 한 건물에서 동시에 생산하는 글로벌 생산 허브로 키운다는 계획이다.또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 2공장 증설도 진행중이다. 차바이오텍은 2019년부터 미국 자회사 마티카바이오를 통해 현지 CGT CDMO시장에 진출했다. 2공장이 완공되면 마티카바이오의 용량이 현재 500L에서 2000L까지 확대돼 2025년 연간 수주 3300억원이 가능할 전망이다.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글로벌 CGT시장이 아직 태동기라 상업화와 수요 전망이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도 "시장 수요에 맞는 전략을 짠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