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섐보 등 PGA 선수가 쓰는 스윙분석기 '플라이트스코프'
론치모니터 시장은 해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골프 시장이 코로나19 기간 급성장하면서 론치모니터 관련 기업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론치모니터 북미 시장 점유율 1위인 플라이트스코프라도 국내 시장에선 애를 먹을 것이라는 예상이 더 많았던 이유다.

하지만 출발이 늦었던 ‘막내’ 플라이트스코프는 보란 듯 국내 시장 2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5월 국내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약 1년, 공식적인 마케팅을 전개한 지 약 반 년 만이다. 플라이트스코프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21.7%(업계 추산)다. 플라이트스코프 코리아 관계자는 “품질은 이미 북미 시장에서 검증된 제품인데다가, 경쟁사 대비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소문난 게 판매량에 도움이 됐다”며 “개인 소비자보다 골프 연습장 등 비즈니스 파트너의 주문이 많다”고 설명했다.

플라이트스코프가 이미 많은 프로 선수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도 빠른 성장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선수가 ‘괴력의 장타자’로 잘 알려진 미국 골프 선수 브라이슨 디섐보다. 끊임 없는 스윙 연구로 ‘필드 위 과학자’라고 불리는 디섐보는 플라이트스코프와 공식 후원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플라이트스코프를 즐겨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섐보가 플라이트스코프를 선호하는 배경으로는 이 회사가 업계 최초로 적용한 ‘미사일 레이더’가 있다. 초기 발사각이 1~2도만 틀어져도 100야드 뒤에 나오는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해 이를 보완하는 기술로 미사일 레이더 기술을 접목했다.

이런 기술이 론치모니터에 이식될 수 있던 배경에는 플라이트스코프를 이끄는 헨리 존슨 회장이 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한 존슨 회장은 국방 관련 분야에 몸담으며 ‘탄도 추적’을 연구했다. 그러다 2001년 세계 최초로 군사용 미사일 추적장치로 쓰이는 ‘도플러 레이더’를 론치모니터에 도입했다. 존슨 회장은 “플라이트스코프 전까진 센서로 클럽 스피드를 재는 게 전부였기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이 큰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여기에 플라이트스코프는 해마다 수십만 명의 사용자로부터 얻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데이터를 모아 발사각의 오차 범위를 0.6도 이하로 줄였다. 존슨 회장은 “골프에선 초기 발사각이 거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며 “플라이트스코프 제품은 움직이는 모든 타깃을 100만분의 1초 간격으로 추적한다”고 설명했다. 디섐보는 물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 다수가 이 기기에 의존해 스윙을 연구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시장에 맞게 플라이트스코프가 전개하는 ‘레이더 배송’ 등도 점유율 확보에 도움이 됐다고 본다. 플라이트스코프를 유통하는 쇼골프(SHOWGOLF)는 원래 유통 후 배송까지 2영업일이 걸리는 배송 서비스를 주문 당일 오후까지 소비자가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레이더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장 및 업데이트에 대한 원격 지원 서비스, 골프 스크린 게임 소프트웨어 설치까지 해준다.

이런 플라이트스코프는 올해 ‘2023 미보 플러스(MEVO+)’를 대표 주자로 내세웠다. 미보 플러스는 증강현실(AR) 멀티캠으로 영상을 녹화한 뒤 화면을 통해 볼 방향 등 각종 샷 데이터를 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클럽페이스 어느 부분에 공이 맞았는지 분석하는 ‘페이스 임팩트 로케이션’ 기술도 도입됐다. 존슨 회장은 “미보 플러스는 경쟁사 주력 제품의 5분의1 가격이지만 기술력에서 앞선다고 확신한다”며 “우리 기술력을 앞으로 더 적극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