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16일 차를 맞으면서 민주당 내 친이재명계 의원 일부가 ‘동조 단식’을 선언했다. 국회에선 이틀 연속으로 이 대표 지지자들의 흉기 난동이 벌어졌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단식 투쟁을 이어가면서 입법과 토론의 장이 돼야 할 국회가 극단적 팬덤 정치의 무대로 퇴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내 친명계 의원과 원외 인사들의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와 함께 15일 국회 앞 이 대표 농성 천막에 모여 동조 단식을 선언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성주·민형배·박주민·이학영·전용기·정필모 의원과 원외 인사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농성 천막과 국회 본관 당대표실을 오가며 24시간 릴레이 단식을 할 계획이다.

이학영 의원은 “이 대표가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정상적인 국정 회복을 위해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을 선택했다”며 “당 의원들과 원외 지역위원장, 청년위원장들까지 함께 모여 윤석열 정권에 항의하는 투쟁을 전개하고 이 대표가 단식을 끝내는 날까지 함께하겠다”고 선언했다.

국회에선 이 대표 지지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흉기 난동이 발생했다. 이날 당대표실 앞에선 70대 노인 김씨가 “사람이 죽어가는데 좋아할 놈들”이라고 외치며 커터칼로 자해를 시도하다 국회 방호과 직원들의 저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방호과 직원 한 명은 팔을 베여 상해를 입었다. 지난 14일에는 본청 앞에서 50대 여성이 쪽가위로 경찰관 2명을 공격해 현장에서 검거됐다.

국회 내 흉기 소동이 이어지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입장문을 발표하고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국회의장으로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단식을 계기로 여야 갈등이 극단을 향해 가고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인데 계속 불미스러운 불상사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유 불문하고 단식을 중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더 큰 정치를 위해 민주당과 이 대표는 단식을 중단하고 민생의 현장으로 돌아와 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당이 출구전략 없는 강경 노선으로 진입한 데 대한 불만이 제기된다. 이 대표의 단식이 중도층 확장에는 도움이 안 되고, 되려 강경 지지층의 돌발 행동을 유도해 여론만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의 개인 팬클럽인 ‘재명이네 마을’은 15일부터 17일까지 국회와 대통령실 인근에 결집해 집단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이에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재명 대표가 (당원들의) 과도한 행동을 우려하고 있다”며 “자제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의원도 “이 대표가 정말 당을 위한다면 지지자의 난동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자제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