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매에 나오는 <진달래꽃> 표지. 케이옥션 제공
이번 경매에 나오는 <진달래꽃> 표지. 케이옥션 제공
한국에서 가장 비싼 책은 뭘까. ‘공식 최고기록’은 지난 2월 경매에서 1억5100만원에 낙찰된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 초판본이다. 비공식 기록도 있다.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대장동 업자 김만배씨에게 1억6500만원에 판매했다고 주장하는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 3부작이다. 검찰은 이 돈이 허위 인터뷰를 해주고 받은 대가라고 보고 있지만, 신 전 위원장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이는 책값이다. 그것도 단군 이래 최고가다.

이처럼 경이로운 기록을 깰 후보가 11일 나타났다. 오는 20일 경매사 케이옥션의 ‘9월 경매’에 출품되는 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판본이다. 1925년 12월 23일 인쇄한 이 책의 추정가는 1억~2억원. 김소월이 생전 발행한 유일한 시집으로, 한국의 현대문학 초창기를 보여주는 가치 높은 서적이다.
이번 경매에 나오는 <진달래꽃>의 내용. 케이옥션 제공
이번 경매에 나오는 <진달래꽃>의 내용. 케이옥션 제공
그중에서도 이 판본은 특히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에는 출품작과 비슷한 초판본 1점이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바 있다. 또 다른 초판본은 2015년 경매에서 1억3500만원에 거래된 적도 있다. 지난 2월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기록을 깨기 전 최고가다.

이 밖에도 이번 경매에서는 다양한 국적과 장르의 미술품들이 새 주인을 찾는다. 미국의 유명 아티스트 카우스가 출품한 높이 2.5m에 육박하는 대형 조각 작품 'Companion (Original Fake)'가 이번 경매 최고가 작품이다. 추정가가 14억~16억원에 달한다. 케이옥션은 "큰 건물이나 공간을 가진 컬렉터에게 매력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매에 나오는 카우스의 조각 작품 전시전경. 케이옥션 제공
경매에 나오는 카우스의 조각 작품 전시전경. 케이옥션 제공
좀 더 부담이 덜한 크기의 작품들도 나와 있다. 이우환의 '바람으로부터'(1987, 1억2000만~2억2000만원), 김창열의 '아홉방울'(1979, 8800만~1억2000만원), 윤형근의 'Burnt Umber & Ultramrine Blue'(2003, 5800만~1억2000만원)가 대표적이다. 모두 6호(40.9 x 31.8cm) 이하의 소품이다. 이 밖에도 2년 전 케이옥션 경매에 나왔던 조지 콘도의 'Arrival', 아야코 록카쿠의 'Untitled'(9억5000만~12억5000만원) 등이 주목할만하다.

경매 프리뷰는 오는 20일까지 서울 신사동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예약 없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프리뷰 기간 중 전시장은 휴일 없이 운영되고,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관람할 수 있다. 경매는 20일 오후 4시 같은 건물에서 시작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