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시아 "연말까지 감산"…브렌트유 90달러 돌파 [오늘의 유가]
사우디·러시아 “연말까지 감산 지속”
UBS, 브렌트유 연말 95달러 전망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연말까지 원유 생산량 감산을 연장한다고 발표하면서 국제유가가 또 10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월까지 연장’ 발표를 기대했던 시장은 예상보다 길어지는 감축 연장에 국제유가가 더 오를 것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5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0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보다 1.04달러(1.2%) 오른 배럴당 90.04달러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약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90달러선을 돌파했다. 6거래일 연속 상승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 인도분 가격도 전장보다 1.14달러(1.3%) 상승해 배럴당 86.69달러에 거래됐다. 역시 10개월 만의 최고치다. WTI와 브렌트유 가격 모두 6월 말 대비 20% 이상 올랐다.
사우디·러시아 "연말까지 감산"…브렌트유 90달러 돌파 [오늘의 유가]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12월까지 하루 100만 배럴의 감산을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제 연말까지 감산이 유지될 경우 하루 원유 생산 약 900만 배럴 수준을 6개월 간 유지하는 것이다.

알렉산드로 노바크 러시아 부총리는 사우디 발표 이후 별도로 성명을 내고 하루 30만 배럴 감산을 역시 연말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지난달부터 사우디의 석유 정책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원유 감산 여파를 매달 분석할 것이며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이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생산량을 회복시킬 수도 있지만 감축을 심화하는 것도 고려 대상이다.

시장은 원유 재고가 연말까지 감소하면서 유가가 예상보다 더 오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 설문조사에서는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 25명 중 20명이 10월까지 감산 연장을 예상했다.

노르웨이 리서치 회사 리스타드 에너지의 호르헤 레온 수석 부사장은 “이번 감산 연장은 사우디가 유가를 생산량보다 우선한다는 분명한 증거”라며 “이는 글로벌 석유 시장을 상당히 긴축시키고 전 세계 유가 상승이라는 단 한 가지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발표 후 투자은행 UBS는 “올해 4분기에는 하루 150만 배럴 이상의 원유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고 썼다. UBS는 브렌트유가 연말까지 배럴당 95달러선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RBC 캐피털 마켓의 마이클 트랜 이사는 “이번 발표는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석유 중앙은행’에 반하는 포지션을 취하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며 “사우디가 중국 경제 등을 감안하며 향후 원유 긴축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