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무풍지대’ 동안구의 평촌신도시, 호계1동이 승부처라는데…
한때 민주당 텃밭이었지만 인구구성 변하며 보수화
총선 이후 내년 4월까지 1만6000가구 신규 입주 예정
정치권 “입주민 70% 외지인” 관측 … 양당 ‘표심잡기’ 총력


평촌신도시가 위치한 경기 안양 동안구는 ‘정치의 무풍지대’라 불려왔다. 21대 총선 직전까지 갑·을 지역구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5선)과 국민의힘 소속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4선)이 각각 차지하면서다. 20년 가까이 이어지던 이석현·심재철 체제는 21대 총선서 민주당 소속 민병덕·이재정 의원이 당선되며 종지부를 맞는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안양 동안에는 또 한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도심 비산1동과 호계1동 내 재건축·재개발로 생겨난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입주를 시작하면서, 이 지역도 사실상 평촌신도시에 편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 후 신규입주 1만6000세대


2020년 총선 이후 내년 4월까지 동안구 내 신규 아파트에 입주하는 가구는 1만6000세대에 달한다. 특히 신규 입주 물량이 집중된 동안을 지역구에선 보수표 중심의 평촌신도시와 진보적 성향의 원도심이란 전통적 구도가 붕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오는 11월 입주를 앞둔 평촌센텀퍼스트 아파트. 전범진 기자
오는 11월 입주를 앞둔 평촌센텀퍼스트 아파트. 전범진 기자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월 안양 호계1동에는 2886세대 규모의 평촌센텀퍼스트 단지가 입주한다. 덕현지구 재개발 사업에 따라 조성된 이 아파트는 평당(3.3㎡당) 3200만원으로 책정된 분양가로 인해 청약 흥행에 실패했지만, 이후 10%의 분양가 할인과 주변 집값 상승에 힘입어 대부분 물량이 계약을 마친상태다.

지난 2021년 입주한 안양 최대 단지 평촌어바인퍼스트(3850세대)와 합치면 두 아파트를 품은 호계1동은 지난 총선 당시 안양시 전체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동(8149명)에서 가장 많은 동(약 2만6000명)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호계1동은 평균 연령 37.8세로 안양 전체에서 가장 젊은 행정동이기도 하다.

민주 텃밭이었던 호계1동, 신축 입주 후엔 보수화


호계1동은 한때 동안을 내 민주당의 텃밭으로 분류됐지만, 인구구성이 변하며 표심도 흔들렸다. 현역인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호계1동에서 55.6%를 득표해 지역 내 9개 동 중 2번째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어바인퍼스트 입주가 시작되고 진행된 대선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48.44%로 이재명 대표(48.34%)에 신승을 거뒀다. 호계1동은 지난해 안양시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호계1동의 중요성이 부상하자 양당의 총선 준비도 이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선 어바인퍼스트 등 신규 아파트 입주민의 70% 가량이 안양시 외부에서 유입됐다고 보고 있다. 입주민들과 지역 정치인 모두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만큼 빠르게 지역 활동을 통해 현안을 이해하고, 해결하면서 호감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진단이다.

이재정 의원실은 현역 의원 프리미엄을 살려 어바인퍼스트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간담회를 열고 주요 민원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 민주당계 지역정가 관계자는 “어바인퍼스트와 센텀퍼스트 모두 소형 세대로 구성됐지만, 분양가가 높아 민주당 지지세가 강할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렵다“며 “다만 젊은 인구가 대폭 늘어난 만큼 정당이 아닌 인물 경쟁력을 보고 투표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재정 의원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호계1동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김동연 경기지사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김필여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도 호계1동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어바인퍼스트 주민으로, 지난해 지방선거에선 안양시장 후보로 나서 최대호 시장에 패했다. 그는 안양시 전체로 놓고 보면 석패했지만, 호계1~3동에선 승리하며 지역 장악력을 입증했다.

김 위원장은 “어바인퍼스트는 주민 대부분이 서울로 출퇴근해 사실 물리적인 접촉을 갖기가 쉽지 않다”며 “맘카페와 입주민 단체대화방에서 교육과 교통, 치안 현안을 파악하고 공약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승부처는 1기 신도시 재건축법


양당은 연말연초 통과가 유력한 1기 신도시 재건축법을 승부처로 꼽았다. 평촌신도시는 그간 용적률 제한과 안전진단 등 문제로 사실상 재건축 추진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1기 신도시 재개발 법안에 용적률 및 안전진단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 내엔 긴장감이 감돈다.

평촌학원가 및 대중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기존 평촌신도시가 성공적으로 재건축을 진행하면 원도심 내 신축 아파트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질적으로 한 지역구 내에서 이해관계가 정반대로 갈리는 사안이라 양당 모두 한쪽 편을 쉽사리 들지 못하고 있다. 평촌 내부에서도 리모델링 추진 주민과 재건축 추진 주민 간의 갈등이 첨예하다.

김 위원장은 “평촌은 54개 단지 가운데 11개에 리모델링 추진 위원회가 설립됐고, 2개 단지는 이미 인가까지 이뤄진 상황”이라며 “주민들도 국회 심사 과정에서 각 정당이 어떤 법안을 추진하고, 각 후보가 당선시 어떤 방향으로 법안을 개정하겠다고 공약하는지를 보고 투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 경선도 이슈다. 동안을의 터줏대감이었던 심 전 국회부의장이 출마를 준비하면서다. 심 전 부의장은 일부 기초의원들이 여전히 지지를 표명할 만큼 지역 내 정치력이 입증된 인물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심 위원장이 지역에 현수막을 걸고, 당원을 모으는 등 출마 초읽기에 들어갔다“며 “다만 심 의원이 내리 4선을 하는 동안 지역 내 피로감이 적잖게 쌓였고, 지난 총선에서도 이로 인해 패배한 만큼 원도심 지역을 잡고 있는 김 위원장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전했다. 반면 민주당은 아직까지 이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질 후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안양=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