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부스 브렐은 언제 태어났는지, 언제 죽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화가였다. 그가 사용한 그림 판넬을 연륜연대 분석을 통해 알아낸 것은 도시 풍경은 1635년부터 그리기 시작했고 1650년경부터 실내 풍경을 그렸고 대략 1680년까지 생존한 네덜란드 화가라는 것이다. 즉 정치적, 경제적으로 황금기를 맞이한 17세기 네덜란드 화가인 셈이다.
2018년에 시행한 자코부스 브렐에 관한 국제적 규모의 연구 이후 그의 그림들은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우스에서 2023년 2월 16일부터 5월 29일까지 최초로 선보이게 된다. 파리는 두 번째 전시 개최 도시가 되었다. 그의 작품은 통틀어 겨우 40여 작품밖에 되지 않지만, 현대성과 아방가르드적인 미학으로 첫 전시에서 4만7000명 이상의 관람객을 동원했으며 파리에서도 언론과 미술계에 굉장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은 연일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려야 한다.
19세기까지 그의 그림은 그림에 나타난 머리글자로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잘 알려진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으로 인식되었다. 두 작가의 이름 머리글자가 JV로 같기 때문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상적인 소재들, 여성 캐릭터를 주로 그린 점, 전체적인 작품의 분위기 또한 비슷하다.
그러나 색감이 사뭇 다르며 브렐의 색조는 다소 생경하기까지 하다. 또한 브렐이 도시를 그리고 건물의 내부 장면을 묘사하는 방식은 매우 독특하고 신선하다. 『창을 통해 아이를 보는 앉아 있는 여자』를 살펴보면 그의 독특한 시선과 감수성을 느낄 수 있다. 여자는 그림의 중심에 있고 창을 통해 아이와 인사를 하고 있다.
이 그림은 매우 현대적이고 상징적 메시지를 주고 있다. 창은 안과 밖을 가르는 경계이면서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을 구분 지어주며 상호 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다. 여인이 의자가 넘어질 정도로, 위태롭게 앉아 있는데 창밖에 있는 아이와 인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인사는 인간의 소통 방식 중에서 매우 친밀한 것이며 아주 짧게 스쳐 간다. 또한 인사는 아주 일상적인 일이지만 소중한 순간이고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일이다. 그림은 삶의 순간의 휘발성을 상징하면서 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일상을 찬미하는 화가
자코부스 브렐의 그림은 특정 장소를 드러내지 않으며, 중요한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을 그리는 일도 없다. 여인들이 청소하고, 책을 읽으며 아픈 아이를 보살피고, 아이의 머리를 빗겨주는 등, 지극히 일상적인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과 창 너머로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자주 그려지지만 홀로 어둠 속에서 앉아 있는 여인들, 책을 읽거나 벽난로 근처에 홀로 앉아 있기도 하다.소통과 고독, 그 두 테마는 작가에게 중요한 주제 같다. 삶의 순간순간은 덧없이 사라지고, 반복되는 일상으로 삶은 채워진다. 순간성과 반복성, 즉 순간으로 채워지고, 수없이 반복되는 삶이 그의 화폭을 통해 영원성을 부여받는다. 일상적인 삶에 대한 찬미는 후대인에게 보내는 철학적 메시지 같다.
수백 년 동안 베르메르의 후대 화가로 여겨졌고 베르메르 작품으로 팔려나갔던 사실은,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을 본의 아니게 속여왔는데 이는 작가의 재기발랄한 농담 같다. 일상에 대한 찬미, 페미니즘, 실험정신, 아방가르드적 시선으로 회화의 현대성을 보여준 자코부스 브렐. 숨은 그림 속에서 그가 현대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