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블랙이글스
공군 특수비행의 시작은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0월 1일 국군의날 경남 사천 비행장에서 F-51 무스탕 편대가 특수비행을 선보였다. 당시만 해도 줄을 지어 상공을 지나가는 수준에 불과했다. 1966년엔 초음속 전투기 F-5 기종을 활용한 블랙이글스가 만들어졌다. 2009년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B 기종으로 제239 특수비행대대 블랙이글스를 재창단해 오늘에 이른다.

블랙이글스 조종사에겐 ‘창공의 전위예술가’라는 찬사가 따라붙지만, 극한의 공포감을 떨쳐내야 하는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시속 600㎞에 서로의 간격을 1∼2m로 유지하면서 아찔한 곡예비행을 해야 한다. 찰나의 실수는 곧 죽음이어서 이들은 ‘사신(死神)의 벗’으로 불린다. 실제 3명의 조종사가 순직했다. 이 때문에 블랙이글스의 일원이 되려면 800시간 이상 비행과 교육 성적 상위 3분의 1 이상을 받아야 하고 편대장 자격도 있어야 한다. 팀워크가 중요해 팀원들의 만장일치 찬성도 필요하다.

블랙이글스는 8대가 한 대처럼 360도 원형비행을 하는 ‘루프(loop)’, 위에서 아래로 곤두박질치며 펼치는 ‘다운워드 밤 버스트(downward bomb burst)’,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처럼 하다가 돌연 기체를 기울여 서로 아찔하게 스치듯 교차하는 ‘나이프 에지(knife edge)’, 한 대가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나머지 한 대가 앞선 비행 궤적을 나선으로 회전하며 뒤따르는 ‘아파치 롤(apache roll)’ 등 20가지 넘는 화려한 기술을 갖고 있다. 2012년 세계 최대 영국 와딩턴 국제 에어쇼와 리아트 국제 에어쇼에서 대상을 거머쥐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폴란드와 22조원 규모 방산 계약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현지 공연에 나서는 등 국산 무기 수출을 위한 홍보대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블랙이글스가 어제 서울 도심 상공에서 굉음을 내며 제75주년 국군의날 축하 비행 예행연습을 실시해 시민들이 놀랐을 법하다. 축하 비행은 오는 6일과 20일 실시된다. 이들이 개발한 상당수 비행 기술은 곡예에만 머물지 않고, 실전 전술 기동으로 활용된다. 이들의 도전과 모험에 박수를 보낸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