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거래가 재개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 주가가 장중 87% 급락했다. 시가총액이 189억 홍콩달러(약 3조2000억원) 증발했다.

홍콩 증권거래소(HKEX)에 상장된 헝다 주가는 28일(한국시간) 오후 2시 기준 78.18% 내린 0.35홍콩달러를 기록 중이다. 장 중 한때 0.22홍콩달러에 거래됐다. 시가총액이 거래 중단 직전일 거래 당시 218억 홍콩달러(약 3조7000억원)에서 29억 홍콩달러(약 5000억원)로 쪼그라들었다. 이 주식의 시가총액은 2017년엔 4200억 홍콩달러에 육박했었다.

헝다 주식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불거진 지난해 3월 이후 지난 17개월간 거래가 중단됐었다. HKEX 규정에 따르면 거래정지 기간이 18개월에 도달하면 상장폐지에 직면했을 수 있다.

헝다 주가 하락은 예견된 수순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헝다는 상반기(1~6월) 연결 기준 순손실이 330억위안(약 6조원)을 기록했다. 헝다는 앞서 지난달 HKEX에 제출한 재무 보고서에서 2021∼2022년 합산 순손실이 5819억위안(약 105조7000억원)에 달했다고 공개했다. 경영난이 가시화하기 전인 2020년에는 순이익이 81억위안(약 1조5000억원)이었다

한편 헝다는 중국 부동산 위기 진원지다. 광저우에 본사를 둔 헝다는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 거대 기업집단이다. 핵심은 중국의 많은 기업집단과 마찬가지로 부동산이다. 한때 중국 2위 부동산 기업으로까지 사업 규모를 키웠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을 거품으로 규정하고 각종 규제를 통해 가격 통제에 나서면서 핵심인 헝다 부동산이 자금난에 빠졌다.

헝다는 공식적인 파산 절차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부채 규모가 중국 GDP(국내총생산)의 2%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헝다의 향방이 중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헝다는 지난 17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뉴욕 남부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