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벌 반란수괴에 면죄부까지 주고 두달간 냉가슴
결론은 '의문의 최후'…'눈엣가시' 용병단 흡수 속도낼 듯
프리고진 사망에 푸틴, 굴욕 딛고 '스트롱맨 위세' 되찾나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의 죽음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존재감'이 다시 굳건해지게 됐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진단했다.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시도해 '반역자'로 찍힌 지 두달 만에 전용기 추락으로 숨지면서 푸틴 대통령의 건재가 오히려 과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종종 반란을 그간 거슬렸던 군부 고위 인사의 숙청 명분으로 삼아왔다고 WSJ은 지적했다.

숙청 대상은 특히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크렘린궁이 잠재적 위협 인물로 지목했던 이들이라는 것이다.

프리고진 또한 이들과 비슷한 '최후'를 맞았다는 관측이 국제사회에서 지배적이다.

그는 바그너 용병을 이끌고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에서 승기를 잡은 여세를 몰아 지난 6월 돌연 모스크바를 향해 총구를 돌리고 탱크와 함께 진격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오른팔'에서 '반역자'로 돌아섰다.

프리고진은 특히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 장관에게 독설을 날리는 등 거침 없는 행보를 보이면서 러시아 군 수뇌부를 포함해 크렘린궁 내부에서도 사실상 '눈엣가시'로 지목된 상황이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프리고진의 죽음으로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 장악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반란 사태 이후 프리고진을 '반역자'로 규정했으나 그를 사법처리하지는 못한 채 벨라루스로 보내는 데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후 프리고진이 거느린 바그너 용병단을 기존에 예정했던 대로 정규군에 흡수하고 자산을 인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바그너 그룹이 그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일대 네트워크를 러시아 정부가 가져오는 데 속도를 낼 수 있다고 WP은 짚었다.

이번 사안을 잘 아는 한 유럽 외교 당국자는 "러시아 측에서는 아프리카 군정 수장들에게 러시아의 지지를 약속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바그너 그룹의 역할을 점점 가져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프리고진이 숨졌다는 것은 지난 6월 반란에 푸틴이 진짜로 겁을 먹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진단이 나왔다.

유럽의 한 국방 당국자는 만약 크렘린궁이 프리고진의 죽음에 개입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이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 6월 무장 반란에 직면한 이후 힘을 키우고 세력을 재결집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라트비아 국방부의 한 인사는 아직 프리고진 사망이 확실하지 않다고 전제하고, 크렘린궁 개입은 "푸틴 정권이 안정적이며, 굳건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