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인도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확산하면서 신흥국 투자에 관심이 커진 영향이다. 과거 신흥국을 대표하던 중국 증시 부진이 길어지자 베트남, 인도가 대체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트남 증시, 경기부양책에 급등

15일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21개 베트남 주식형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14일 기준)은 20.5%로 집계됐다. 상장지수펀드(ETF)인 ‘한국투자ACE베트남VN30’이 25.9% 상승했고, 삼성베트남펀드도 25.7% 올랐다. 미래에셋베트남펀드 수익률은 19.94%였다.
돈 몰리는 신흥국 펀드…베트남·인도 활짝
올 들어 신흥국 펀드의 수익률이 2.1%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베트남 펀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베트남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6.2%로, 전체 해외 펀드 중 1위다.

베트남 펀드는 그동안 큰 등락폭을 보였다. 2006~2007년 1조원 규모의 국내 자금을 끌어들였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수익률이 반토막 나며 많은 투자자를 공포에 빠뜨렸다. 2020년 초부터 2022년 초까지 2년간은 두 배 넘게 폭등하며 우수한 수익률을 보였다. 작년에는 한국 코스피지수에 해당하는 베트남 VN지수가 30% 이상 급락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런 특성 때문에 운용업계에서 베트남 펀드는 ‘한 번 불붙으면 무섭게 오르는 펀드’로 알려져 있다. 증권가에선 베트남 주식시장이 다시 한번 상승장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글로벌 주식시장이 대부분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베트남 VN지수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정부가 금리를 네 차례 인하하는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VN지수의 올해 실적 기준 주당순이익(EPS) 전망은 1개월 전 대비 9.3%, 3개월 전 대비 7.4% 상향 조정됐다. 베트남 펀드에는 최근 6개월간 631억원이 순유입됐다.

인도 펀드 장기수익률 1등

인도 펀드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는 센섹스지수에 힘입어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중 갈등 고조로 ‘세계의 공장’ 중국의 입지가 위태로워지자 인도에 글로벌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27개 인도 주식형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14.3%다. 국내에선 인도 개별 주식 투자가 어렵기 때문에 ETF를 찾는 투자자가 많다. 인도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개인투자자는 2배 수익률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상품에까지 몰리고 있다. ‘KODEX인도Nifty50레버리지’의 3개월 수익률은 9.0%다.

인도 펀드는 베트남 펀드와 달리 부침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도 있다. 인도 펀드의 3년 수익률은 91.8%로 글로벌 펀드 중 압도적 1위다. 2위 베트남 펀드(56.4%), 3위 미국 펀드(42.1%)와도 격차가 크다. 퇴직연금 등을 통해 중장기 수익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가 인도 펀드를 선택하는 이유다.

인도 펀드에는 올 들어 2967억원이 순유입됐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